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은 그런 중산간 지역에 세워진 2층짜리 문화공간. 건물은 적막한 자연 속에 덩그러니 서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해 입장 인원을 시간당 80명으로 제한하고 방역 고삐를 죄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4월 24일 문을 연 뒤 석 달도 안 돼 2만 2000명 넘게 다녀갔다. 평일에도 200~300명씩 발길이 이어져 제주 내에서도 조용한 화젯거리다.
한라산 중턱의 포도뮤지엄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
석달간 2만명 넘게 다녀가
편견과 혐오는 바이러스처럼 국경을 넘나든다. 한·중·일 작가 8명이 참여한 작품들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양쪽에 늘어선 새빨간 앵무새들은 끝없이 소문을 옮기는 사람들은 상징한다. 벽에 다가서면 내 그림자의 크기만큼 다양한 혐오 발언들이 나타나는데, 누군가 옆에 서면 그림자 면적이 넓어지면서 더 많은 발언이 나타난다. 편견과 혐오는 이렇게 커진다.
제주에 사는 김태희(45)씨는 “코로나 탓에 거리를 두고 살다 보니 더욱 개인주의나 이기주의에 빠지기 쉬워졌다”며 “중3과 고3 두 아들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2층 전시는 관람객을 100년 전으로 데려간다. 케테 콜비츠(1867~1945)의 작품들이 차분한 조명 아래 걸려있다. 세계대전에 아들·손자를 잃은 비극적 어머니이자 독일의 판화가로서 한국에도 꽤 알려진 작가다.
내년 3월 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코로나 시대 공존의 가치와 소중함을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SK의 공익법인 티앤씨재단이 주최하고 김희영 재단 대표가 전시 기획을 총괄했다.
최단비 포도뮤지엄 학예연구팀장은 “사람들에게 한 번쯤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보편적 인류애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