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에 접어들며 달라진 게 있다면 ‘99즈’ 못지않게 잘 보이는 ‘5인방’이 생겨난 점. 각각 극 중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안정원과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김준완과 육군 소령 이익순(곽선영) 커플 외에도 남다른 ‘케미’를 선보이는 조합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 곁에 딱 붙어 질문 공세를 퍼붓고, 흉부외과 레지던트 도재학(정문성)은 까칠하기 그지없는 김준완을 쥐락펴락하는 영혼의 단짝이다. 시즌 1을 끝으로 하차한 안치홍(김준한)의 빈자리가 무색하게 채송화 곁을 지키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허선빈(하윤경)까지,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 상승세 왜?
다양한 성격의 레지던트 역할
신현빈·안은진·정문성·하윤경
군인으로 색다른 조합 곽선영
환자 에피소드 늘어나며 존재감
이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깐깐하기로 유명한 오디션이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본격 시즌제 드라마에 도전한 제작진은 “주위에서 실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리얼리티에 기반을 두되, 설령 판타지일지언정 좋은 사람들의 집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지론을 가지고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조정석·유연석 등의 연이은 추천에 힘입어 드라마 경험이 전무한 뮤지컬 배우 출신 전미도를 99즈 홍일점으로 발탁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정문성은 제작진의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유대위 형으로 출연해 이미 아는 배우인데도 다시 미팅을 진행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무게감 있고 진중한 모습이 아닌 이번 작품에 필요한 진지와 코믹을 오가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새 얼굴을 찾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배우들이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각각 2006년 ‘달고나’와 2012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한 곽선영과 안은진은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한 반면, 신현빈은 2010년 ‘방가? 방가!’로 데뷔해 독립 영화에서 활약해왔다. 2015년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한 하윤경은 오디션 때까지도 홀로 활동하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소속사(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영상은 클로즈업이 가능하지만 무대는 전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연출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그림을 구현하고 상상할 수 있어서 이들을 향한 러브콜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뮤지컬 배우는 노래·춤·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해서 다재다능할뿐더러 상황에 따른 탄력성도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예능 출신이다 보니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2005년 KBS2 예능 ‘해피선데이-여걸식스’부터 호흡을 맞췄던 만큼 출연진의 실제 성격을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능하다는 얘기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공개되는 ‘슬기로운 하드털이’ 등 비하인드 영상에도 “누가 이익준이고 누가 조정석인지 모르겠다”며 캐릭터와 배우의 혼연일체를 언급하는 댓글이 눈에 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시트콤은 이야기의 플롯보다 캐릭터로 움직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예능 출신 제작진의 강점이 잘 녹아든 것 같다”며 “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되다 보면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새로운 캐릭터들이 이를 환기하면서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