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앱장터 ‘수퍼갑’ 구글에 세계 첫 제동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0:04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이 자사의 앱·콘텐트 결제 방식을 앱 개발사에 강요하는 걸 막는 법이 세계 최초로 한국서 나올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0일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 처리에 부정적이었던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측 위원들이 단독 처리했다.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21대 국회 과반인 만큼, 23일 열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크다. 본회의를 통과 후 15일 이내 공포되면 즉시 시행된다.

‘구글 갑질방지법’ 국회 통과 눈앞
매출 30%로 수수료 일방 인상에
특정 결제수단 강제하는 것 금지
콘텐트 부당한 삭제행위도 막아
미·유럽도 구글 독점에 규제 추진

구글인앱결제 방지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정안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앱마켓 사업자가 다음 4가지 행위를 하지 못 하게 한다. ① 특정 결제수단을 앱 개발사에 강제하거나 ②다른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방해 또는 유도 ③ 앱마켓에 앱 등록 지연 ④ 앱마켓에서 부당하게 콘텐트 삭제하는 행위 등이 금지 대상이다. 관련 조사·시정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갖는다. 이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과방위 의결 직후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앱마켓의 책임과 의무가 명확해진다”며 “심의에서 지적된 내용은 실행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전세계 앱마켓의 90%를 점유한 구글·애플은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규칙을 주도하는 ‘룰 세터’(rule setter)다. 미국에선 애플·구글을 상대로 에픽게임즈·스포티파이·매치그룹 등이 소송 중이다. 이들 기업이 속한 앱공정성연대는 한국에 인앱결제 방지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한국 입법을 간접 지원했다.
 
빅테크 규제는 미국서도 힘을 받고 있다. 미 의회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지난달 ‘플랫폼 독점 종식법’ 등 5개 플랫폼 규제법안을 발의했다. 주 정부도 움직인다. 미 37개 주 정부는 구글 앱스토어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지난 7일 제기했고, 일부 주들은 한국의 인앱결제 방지법과 유사한 법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의 반독점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빅테크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도 앱마켓을 주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을 앱스토어 경쟁 방해 혐의로 기소했고, 호주·일본에서도 앱마켓 독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진행 중이다.


구글 수수료 30% 적용시, 비게임분야 추가 부담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7월 구글이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모든 콘텐트 앱에 확대한다고 알려지자 국내 IT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구글 결제시스템 이외 방식으론 콘텐트를 소비자에 판매할 수 없고, 수수료도 기존의 2배 이상인 30%로 인상되기 때문이었다. 앱 개발사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모바일 콘텐트 가격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구글이 지난해 9월 공식적으로 인앱결제 확대를 발표하자 과기정통부, 방통위, 공정거래위원회는 실태조사와 시장지배력 남용 조사에 나섰다. 여야 의원들은 인앱결제 강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법안 7건을 발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감 막바지에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등 야당 측이 신중론을 주장해 법안 통과 가능성이 흐려졌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구글은 콘텐트 생태계 지원책을 잇달아 내놨다. 앱 매출 100만 달러(11억원) 이하 구간엔 수수료를 절반(15%)만 적용하고, 적용 시점도 최대 내년 3월까지 미룰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본회의를 최종 통과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법안 발효시 구글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 소송이나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른 국가가 한국 사례를 주목하는 만큼 한국 앱마켓만 분리해 정책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