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투자자는 달러와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두려움 속에 금융시장은 흔들렸다. 주식과 국채금리, 암호화폐와 국제유가, 원화가치까지 모두 미끄러져 내렸다.
코스피·유가·암호화폐 동반 하락
대장주 삼성전자 사흘째 7만원대
비트코인 가격 또 3만달러 깨져
“세계 경제 둔화로 U턴 가능성”
간밤의 미국 증시 급락이 국내 증시를 짓눌렀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다우존스(-2.0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59%), 나스닥 지수(-1.06%)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안전자산인 달러, 미국 국채로 돈 몰려
암호화폐 가격도 녹아내렸다. 맏형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날 1차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3만 달러가 무너졌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0일 오후 3시4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65% 하락한 2만9689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여 만에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20일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7.5% 떨어진 배럴당 66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18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의 모임인 OPEC플러스가 증산에 합의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채 가격도 오르면서(채권 금리 하락)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9%포인트 하락한 연 1.410%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도 19일(현지시간) 전날보다 0.12%포인트 하락한 1.19%에 거래를 마쳤다. 미 국채 금리가 1.2%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 달러와 국채 매수세가 강하게 일어났다”며 “경제 둔화에 대한 위기감이 지난주부터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로 회복의 기지개를 켜는 세계경제가 둔화로 U턴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경기 둔화 속에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질 가능성이다.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펼친 통화완화와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은 흘러넘치고 있다. 게다가 공급 병목 현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이연 소비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자 증가 … 변이 영향 제한적”
데즈먼드 래크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더힐에 “극도로 완화적인 통화·재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세지면 공급망 차질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성장은 정체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등등했던 지난해 세계 각국은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치명률이 떨어지는 등 지난해 수준의 전면 봉쇄와 같은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델타 변이 확산도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나, 변이 확산이 치명률을 높이지 않으면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