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야구 보답론'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야구장에서 잘하기만 하면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을 비롯해 많은 야구계 인사들은 이번에도 야구 보답론이 통할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진 것처럼, 이 난리통을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는 카드로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13년이나 지난 2021년이다. 그 시절 어른들이 찬양했던 '1등 만능주의'는 구태의연한 유물이 됐다. '잘하니까 괜찮다'란 말은 이제 농담으로도 쓰지 않는다.
박석민은 "그 여성들은 지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 조사 결과 18일 해당 여성들이 지방 구단 선수들이 서울 잠실 원정 경기 때마다 이용하는 호텔에 장기투숙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리고 이 여성들이 지난 4일 오후에는 한화 선수 2명과 만났고, 5일 새벽에는 키움 선수 2명과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여자 프로배구에서 '슈퍼 쌍둥이 자매'로 불렸던 이재영과 이다영은 여자 배구대표팀 주축 선수였다. 올 초 이들의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그래도 배구계 일부 인사들은 '올림픽 성적을 위해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속팀 흥국생명은 우승을 위해 다음 시즌에 선수 등록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배구 팬들은 이재영과 이다영이 코트로 돌아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야구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경찰 수사에 제대로 임해야 한다. 그 과정을 소상히 알려야 한다. 수사 결과 해당 선수들이 잘못한 것이 밝혀진다면 실정법에 맞게 처벌받아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그리고 관계된 구단도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잘못한 선수들과 수뇌부들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선수들과 구단들을 향한 팬의 믿음이 이번 사건을 통해 완전히 무너졌다. 프로야구팬은 원칙을 무시한 채 즐거움을 좇았던 선수들이 거짓말에 급급하고, 이를 감추려고 동조한 구단의 행태를 목도한 후 프로야구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성적이 좋다면 다 사라질, 그저 신기루 같은 논란이자 해프닝이라고 믿는가. 만일 그렇다면 한국 야구에는 답이 없다. 프로야구가 진짜 프로라는 것을 보여줘야 돌아선 팬을 겨우 붙잡을 수 있다. 텅 빈 야구장 관중석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그때야 뒤늦은 후회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