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맞고 파병 간 청해부대 확진…한국판 루즈벨트함 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0:41

수정 2021.07.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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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아프리카 아덴만으로 파병된 청해부대의 구축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청해부대원은 군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 전 출항했기 때문에 전원 미접종 상태다.
 

청해부대 34진으로 아프리카 아덴만으로 파병을 간 해군 문무대왕함. 해군

부대원 300명 중 80명 격리 중
한국판 ‘루즈벨트함’ 사태되나

현재 코로나 관련 증상을 보여 선상에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중인 인원이 80명을 넘었다. 자칫 대규모 확산으로 청해부대가 해외 교민 보호 임무를 마치지 못하고 긴급 회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청해부대 간부 1명이 지난 14일 폐렴 증세로 인근 국가의 민간병원으로 후송됐고, 이 간부와 접촉한 사람 중 인후염 등 관련 증상이 있는 6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한 결과 6명 전원 양성으로 판정됐다. 폐렴 증세가 있는 간부는 진단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현재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이 간부는 지난달 말 현지 항구에서 군수물자 적재 임무를 수행했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10일 다수가 감기 증세를 호소해 40여 명이 신속항체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으로 나왔다.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폐렴 진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감염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80명이 넘는 인원이 관련 증상을 호소해 별도의 공간에서 코호트 격리 중이다. 청해부대 전체 부대원은 300여 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전체 부대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벌이기 위해 현지 외교공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들은 군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 2월 출항했기 때문에 모두 백신을 맞지 않았다. 감염이 더 늘어날 경우 해외교민 보호 임무를 중단할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해부대(문무대왕함) 승조원 코로나 집단 감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함정은 밀폐된 공간이 많고, 환기 시설이 모두 연결돼 있어 대규모 감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지난 4월 확진자 3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지난해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서 1000명이 넘는 승조원이 코로나19에 걸려 작전을 중단하고 괌으로 긴급 피항한 일이 있었다.
 
합참 관계자는 “확진자와 유증상자에 대해서는 군 수송기를 보내 국내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은 지난 3월 33진 최영함과 임무를 교대했다. 문무대왕함은 4400t급 함정으로, 승조원은 300여 명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내부 참모회의에서 “공중급유수송기를 급파해 방역인력, 의료인력, 방역·치료장비, 물품을 최대한 신속하게 현지에 투입하라”로 주문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현지 치료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환자를 신속하게 국내에 후송하고 다른 파병부대 상황을 점검해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지원할 것을 함께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