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오랜 적자 상태에 놓인 KBS의 정상화를 위해선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BS의 구조적 모순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 대신 일종의 준조세인 수신료 인상만을 주장하고 있어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철저한 자구노력 없이 시청자의 지갑에 기대려는 안이한 자세로는 결코 사안을 풀어갈 수 없다.
상위 직급자 인건비가 수신료의 45% 차지
고강도 구조조정 없으면 국민 불신만 커져
KBS는 이번에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면서 인건비 절감, 프로그램 제작비 공개 등 경영 투명성 강화안을 제시했지만 그 실천 여부는 미지수다. 예컨대 양승동 KBS 사장은 경영혁신안에서 2023년까지 정원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중 900명이 정년퇴직 예정자였다. 게다가 지난해 발표 이후 현재까지 실질적인 인력 감축 조치는 보고되지 않았다. KBS는 지난달 자체 발표한 ‘공론 조사 국민 의견’에서 참가자의 55%가 ‘직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KBS의 당면 과제는 시청료 인상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불거지는 공정성·중립성·객관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지난 40년간 수신료가 동결된 이유는 KBS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노력 없이는 향후 남은 절차인 방송통신위원회 통과와 국회 동의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시청자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