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년 넘은 아파트, 새 아파트보다 2배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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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준공 20년 넘은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3.06% 올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 아파트 가격은 1.58% 상승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작용한 낡은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이 새 아파트보다 높았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서울을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눠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의 상반기 가격 동향을 보면 동남권 4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상승률(3.78%)이 가장 높았다. 이어 동북권 8개 구(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는 3.15%, 서남권 7개 구(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구)는 2.58% 상승했다. 은평·서대문·마포구의 서북권은 2.13%, 종로·중·용산구의 도심권은 1.48% 올랐다. 서울 동남권과 동북·서남권은 건물 안전진단이나 조합설립 등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가 비교적 많은 곳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상반기 3% 뛰어
강남4구 상승률 3.78% 가장 높아
압구정 현대7차 245.2㎡ 80억 찍어

정부는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 입주권 규제를 강화하는 계획을 밝혔다. 재건축 아파트의 소유자라도 2년 이상 해당 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으면 새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서울 권역별 20년 초과 아파트값 상승률

그러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조합설립 절차를 서둘렀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2·3·4·5구역이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강남구 개포동(주공 5·6·7단지)과 서초구 잠원동(신반포2차)·방배동(신동아), 송파구 송파동(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신동아), 양천구 신정동(수정아파트) 등에서도 재건축 조합 설립을 서둘렀다.
 
해당 아파트 단지에선 조합 설립 이전에 ‘재건축 막차’를 타려는 매수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상승했다. 압구정동 현대 7차 단지에선 조합 설립 인가 직전인 지난 4월 전용면적 245.2㎡짜리가 80억원(11층)에 거래됐다. 6개월 전 같은 면적 아파트의 거래 사례(67억원·9층)와 비교하면 13억원 뛰었다. 일부 단지에선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를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하면서 전세 물량이 감소하는 부족용도 나타났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을 삭제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섣부른 규제 예고가 잠잠하던 서울 재건축 시장을 들쑤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