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이 직장이고 인근 원룸에 사는 박모(35)씨는 최근 이사를 하려고 집을 알아보다 놀랐다. 2년 전보다 월세가 최소 5~10만원 올라서다. 박씨는 “이전까지 월세 60만원을 냈는데 이제 그 돈으로는 근처에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며 “월세만 70만원 넘게 나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후 최고
1분기 식음료 지출, 총소비의 12.9%
여가소비 줄고 물가 크게 오른 영향
거주비 ‘슈바베지수’도 19.7%로
집값 뛰며 전·월세 부담도 커져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소비지출액(217조9855억원) 중 임대료 및 수도·광열 지출(42조9561억원) 비중은 19.7%에 달했다. 슈바베지수는 2019년 17.6%에서 지난해 18.7%로 1.1%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급등했다. 1분기 임대료 지출이 나머지 분기에 비해 높은 임대 시장 경향을 고려해도 20%에 육박한 건 이례적이다. 20년 전인 2001년 슈바베지수는 19%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전·월세 비용 상승이 슈바베지수 급등 원인”이라며 “집값 상승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택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은 2019년 1.4%에서 지난해 3.8%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전·월세 임차료도 증가세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저물가 수준을 유지했지만,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4.4% 올랐다.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만 올랐다는 뜻이다. 밥상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 엥겔지수는 올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라 여가·문화 생활이 이달 들어 더 제약되고 있고, 생선·채소 등이 포함된 소비자물가 신선식품지수는 올해 2분기(128.34) 지난해보다 12.6% 올랐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먹고 자기 위해 쓰는 돈은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슈바베·엥겔지수가 높은 건 소득 하위계층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라며 “국민 생활 수준이 낮아졌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반된 해석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엥겔지수가 높아진 건 코로나19로 돈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