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14일 오후 만났다. 지난달 28일 사퇴한 최 전 원장이 불과 16일 만에 입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민의힘과 직접 접촉한 것이다. 그만큼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서울 중구의 한식집인 ‘달개비’에서 50분가량 만나 입당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 곳에서 권 의원과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날은 코로나 19 확산 사태를 고려해 식사 대신 차담을 나눴다. 회동이 끝난 뒤 최 전 원장은 “권 의원으로부터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며 “입당 문제를 포함해서 국민이 바라는 정권 교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회동
'8월 입당설'에 대해선 권 의원은 “구체적인 시간을 말하긴 쉽지 않다”고 했고, 최 전 원장은 “권 의원과의 대화가 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권 의원은 또 “최 전 원장에게 본인과 우리 당 모두를 위해서 빠른 입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최 전 원장도 ‘빨리 고민하겠다’고 제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은 낮은 지지율을 지적하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제 소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갈 때 국민께서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제3지대에서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와 오세훈 시장 당선을 예로 들어 입당이 꼭 필요하다고 설득했다”며 “입당 자체가 주목받을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이벤트라고도 강조했는데, 최 전 원장도 진지한 태도로 경청했다”고 전했다.
최재형 “입당 문제 가부간 결정…믿어달라”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입당 문제는 민감한 문제이지만 너무 길게 끌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격적으로 입당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도 이르면 이번 주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전부터 최 전 원장 측과 소통해왔고, 입당 문제도 잘 진행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의원이나 야권 관계자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3선의 조해진 의원이 최 전 원장 측과 최근 교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은 “최 전 원장의 정치도전은 야권 전체에 긍정적인 일이지만, 캠프 참여 여부는 좀 더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신 등 몇몇 야권 인사들도 최근 최 전 원장 측과 접촉했다고 한다.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통화에서 “계파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사들과 스킨십을 늘리겠다”고 전했다.
김영우 “윤석열 쏠림 현상 일시적, 대세는 최재형”
최 전 원장의 이런 ‘광폭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 전 원장과 면담한 한 야권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입당 대신 독자 행보를 걷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제3지대의 길을 걷겠다고 공언한 상황이 최 전 원장에겐 반대로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며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과 건전한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이날 최 전 원장 측은 윤 전 총장에게 견제구도 던졌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고, 이제 대세는 최 전 원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단일화하자고 하는 건 꽃가마를 타겠다는 것으로 정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