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검사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시스템을 무시했다”며 “특정인(한 전 총리)을 구하겠다는 ‘목적’만 있고, ‘팩트’는 없는 발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이런 황당한 일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6년전 대법원에서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이 난 ‘한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연 것을 두고서다. 박 장관은 발표 도중 지난해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을 제기한 재소자의 진정서를 읽으며 “한만호씨 사건은 검찰의 공작으로 날조된 것으로 상상할 수 없는 추악한 검찰의 비위와 만행이 저질러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대검찰청이 사실상 주임검사(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를 갑작스럽게 교체함으로써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자초했다”며 “100여회에 달하는 수용자 반복 소환,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제공이 있었다”고도 했다. 다만 박 장관은 “이번 합동 감찰에선 실체적 혐의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한 전 총리가 억대 불법자금을 받지도 않았는데 누명을 썼다는 것인가, 아니면 받은 건 맞지만 ‘우리 편’이니 살려내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한 전 총리 관련 합동 감찰과 별도로 박 장관이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과 월성 원전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수사를 다룬 보도들이 “악의적 수사 상황 유출로 ‘추정’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결론의 근거도 오로지 추측 뿐”이라며 “어떻게 법률가가 저런 발표를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정권 입맛대로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한 검사장은 “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은 물론 세세한 수사 상황과 수사 자료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이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말했다”며 “이는 법무부가 말하는 ‘추측’조차 필요없는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추 전 장관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수사 중이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한 것 등을 놓고서다.
‘한명숙 사건’이 뭐길래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추미애‧박범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이어졌고, 그럼에도 지난 3월 무혐의로 결론나자 박 장관이 고강도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한 전 총리의 유‧무죄를 뒤바꿀 수는 없으니 검찰 흠집내기로 한풀이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에서 “이번 합동 감찰을 통해 나의 진실과 그동안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행해 온 온갖 악랄한 수사 관행 등 검찰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민낯이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적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