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던진 아기 받은 사람들···'남아공 폭동' 아찔 장면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0:43

수정 2021.07.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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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더반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층 상점에 불이 나자 건물 윗층에 있던 아기 엄마가 아기를 밑에 모인 사람들의 품에 던지고 있다. [BBC 캡처]

제이콥 주마(79)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수감에 항의해 시작된 폭동 사태가 발발 일주일째 악화일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남아공 경찰은 이날까지 폭동·약탈로 인한 사망자가 72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날 요하네스버그 인근 소웨토에서는 10명이 압사 사고로 숨졌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은 고무탄 총을 꺼내들었고 실탄으로 무장한 군인 역시 장갑차를 타고 시가지에 등장했다.         
 
소요 사태로 혼란한 가운데 아찔한 구조 장면도 목격됐다. BBC에 따르면 남아공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층 상점이 폭도들의 약탈로 불길에 휩싸이자 건물 위층에 있던 한 여성이 기저귀를 찬 아기를 아래로 던졌다. 상가 난간 아래에 모여 있던 10여명의 시민들이 아기를 무사히 받아냈다. 이들은 주먹을 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BBC에 따르면 아기 엄마로 보이는 여성도 뒤이어 구조돼 아기와 재회했다.

남아공 더반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층 상점에 불이 나자 건물 윗층에 있던 아기 엄마가 아기를 밑에 모인 사람들의 품에 던지고 있다. [BBC 캡처]

더반은 약탈 피해를 본 LG전자 사업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2일 새벽 무장한 폭도들이 LG전자를 습격해 전자제품을 약탈하고 오후에는 TV와 모니터를 생산하는 공장에 방화를 저질러 공장이 전소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200여개의 쇼핑몰이 약탈당한 가운데 LG전자를 비롯한 삼성 물류창고도 약탈당했다. BBC에 따르면 군·경은 800명가량을 체포했지만, 여전히 진압 병력보다 시위대의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2일 연설을 통해 군 병력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시위가 정치적 불만에서 시작됐지만, 범죄 조직이 시위를 장악해 약탈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더반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층 상점에 불이 나자 건물 윗층에 있던 아기 엄마가 아기를 밑에 모인 사람들의 품에 던지고 있다. [BBC 캡처]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주마 전 대통령이 뇌물 및 사기, 법정모독죄로 15개월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7일 감옥에 수감되면서 벌어졌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한 주마는 흑인차별정책을 반대한 영웅으로 세계적 인권 운동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10년간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9년의 집권기는 가까운 사이의 사업가 3명과 부패를 저지른 혐의로 얼룩졌다. 가족 사업의 이익을 위해 장관 인사를 휘두르는 등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