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들은 “경찰이라면 수사부서에 있어야 한다는 자부심도 많이 약해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업무 부담 증가 대비 보상(승진이나 수입)은 없기 때문이다. 2년차 경찰관 A씨는 “친한 동료가 수사과에서 일하는데 맨날 야근하고 힘들어한다”며 “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편이라 수사부서를 지망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수사부서 탈출을 결심한 경찰관들은 “내 빈자리를 채울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한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6개월이 지난 최근 경찰의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사권 독립’ 만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경찰청 고객만족모니터센터가 지난 3월 경찰관 6901명(수사경찰 3138명·비수사경찰 3763명)을 대상으로 e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사경찰의 경우 30.9%가 “현 부서에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비수사경찰은 69.3%가 만족감을 표했다. 수사부서 경찰관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다는 얘기다.
수사경찰은 불만족 이유 1위로 ‘업무량’(40.5%)을 꼽았다. 이어 유인책(인센티브)이 36.6%, 근무환경 21.3%, 기타 1.5% 순이었다. 수사경찰의 43.0%가 내년에는 수사부서에서 근무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대로 가다간 ‘엑소더스’”
30대 경찰관 B씨는 “올해 하반기에 획기적인 ‘당근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 2월 인사 때 ‘수사부서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MZ세대 경찰관은 효용성·효율성을 따지며 움직인다”며 “‘수사 한번 해봐야지’ 했다가도 1~2년 뒤엔 비수사부서로 도망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업무 강도는 높은데 승진 메리트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사과의 인력난이 유독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과는 이권 등이 얽히고설킨 소위 ‘머리 쓰는’ 사건이 많다. 사안의 복잡성에 비해 특진 등 보상이 미미하고 승진 시험을 준비할 여력마저 없다”고 설명했다.
대책 마련에도…일선 경찰 “실효성 의문”
일선에선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부족한 인력을 경찰대 졸업생과 간부후보생으로 채워준다. 인재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당장 수사 경험이 없는 경찰관들이 현업 부서에 배치돼 사건 해결이 늦어지는 등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 간부는 “수사에 뜻을 품고 입문한 경찰관이 결국 수사부서에 남게 된다”며 “수사부서와 일반부서를 나눠 뽑아 수사 전문성 높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