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다 큰 호랑이와 셀카(셀프 카메라)까지 찍었는데요. 이 남자의 정체는 뭘까요?
[애니띵]오월드 맹수 사육사를 만나다
우리 안에서 호랑이·사자와 놀던 사육사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문 사육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지난 7일 그가 근무하는 대전 오월드를 찾았습니다.
1995년부터 사육사로 일했던 문 사육사는 지금도 오월드 동물원에서 호랑이와 늑대 등 맹수들을 돌보고 있는데요. 그에게 어떻게 다 큰 맹수들과 우리 안에서 지낼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사자는 최고 서열, 호랑이는 부모로 생각”
- 과거 영상을 보면 호랑이, 사자와 우리 안에서 교감하던데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 어미들이 잘 못 돌보는 새끼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을 인공 포육하고 제 손으로 키우다 보니까 자식 같고, 자식이라 생각하고 접하다 보니까 믿음이 생기고, 또 교감이 생기면서 친숙하게 된 것 같아요.
- 호랑이와 사자들은 사육사를 경계하지 않던가요?
-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줄곧 거기서 저와 같이 생활했었는데 그때까지는 독립해야 하든지, 자기가 리더라든지, 이런 체계를 아직은 가지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어요. 사자 같은 경우는 서열이 나뉘기 때문에 (제가) 우선순위의 서열로 돼 있었고, 호랑이 같은 경우에는 거의 아빠, 엄마 수준으로 생각했어요.
“이젠 우리 밖에서 교감…우울증 안 생기게 관리”
시베리아 호랑이들은 밤이 되면 이곳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거나 밥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문 사육사는 예전처럼 우리 안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여전히 호랑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면서 고양이 다루듯 합니다.
수컷 호랑이 웅이는 옆방에 있는 암컷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마치 웃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데요.
“(호랑이에게는) 후각도, 미각도 아닌 제3의 감각 기관이 있어요. 그걸로 호르몬 냄새를 맡습니다. (냄새를 맡으면) 혀를 내밀고 입을 벌리는 데 웃는 얼굴처럼 보이죠.” - 문진호 사육사
그는 “우리 밖에서도 호랑이들과 교감할 수 있다”며 “외로워하거나 우울할 때는 물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물을 쏴주고, 나무를 깎아서 공도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늑대들도 사육사 앞에서는 강아지로 변해
그가 먹이를 들고 늑대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 하나둘 모여드는 늑대들. 꼬리를 내리고 문 사육사의 손을 핥으면서 마치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립니다.
“건강하게 장수하도록 돌보는 게 낙이자 의무”
“사실 (호랑이가) 여기 와서 16살까지 살고 장수하는 게 저희의 낙이죠.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의무고요” -문진호 사육사
교감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히 동물들과 정을 나누고 싶다는 문 사육사. 맹수들이 오래 살 수 있도록 돌봐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호랑이, 늑대들은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영상=왕준열PD, 곽민재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