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방' 거부했다고 죽인 40대···자수했다고 刑 5년 줄여준 2심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16:22

수정 2021.07.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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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그래픽 자료. [사진=픽사베이]

20대 여성 직원에게 신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인터넷 방송을 하라고 지시했다가 이를 따르지 않자 살해한 40대 남성이 9일 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다소 감형된 것인데, 법원은 피고인이 자수를 한 점을 고려했다.
 

"인터넷 노출 방송해"…거부하자 살해

 
사건은 오모(41)씨가 인터넷에서 해외선물 투자방송 BJ(인터넷 방송인)로 활동하던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씨는 경기도 의정부에 1인 기업처럼 사무실을 차리고 3월부터 A씨(25)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A씨가 출근한 지석 달 정도 지났을 시점부터 오씨는A씨에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주식 관련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오씨는 지난해 6월 초부터 인터넷으로 흉기와 로프 등을 구입해 사무실에 보관하고, 비슷한 시기 철물점에서 케이블타이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29일 오씨는A씨가 출근하자 흉기로 위협하며 청테이프와 케이블타이로 A씨를 결박하고 "내가 그동안 너한테 먹여주고 돈 들인 거 전부 다 토해내라"며 협박을 가했다. 오씨는A씨의 어머니를 협박해 100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돈을 가로챈 뒤에도 오씨의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오씨는A씨가 저항하자 A씨의 목을 졸라 끝내 A씨를 숨지게 했다. 범행 뒤 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오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틀어져 A씨를 원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오씨는 "그동안 빚을 내서 A씨를 먹여주고 사주고 했는데 (인터넷 방송을) 안 한다고 하니 약이 올랐다"며 A씨를 탓하는 진술도 했다.
 
A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당시 오씨는A씨를 결박하고 협박하고 돈을 갈취하는 등 범행을 했는데, 풀어주면 경찰에 신고할 거 같아서 두려웠다며 교도소에 갈 처지라면 차라리 살해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오씨는 특수강간으로 징역 3년, 특수강도 2회로 각 징역 3년,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자였다. 사건 발생 전 교도소에서 나온 건 2016년이었다.
 

1심 "중형 불가피"…2심은 달랐다

 
지난 1월 29일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다주)는 오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자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과거 두 차례나 강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또 오씨에게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승련 엄상필 심담)는 오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의 전자발찌 20년 부착 명령도 15년으로 줄였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4차례의 실형 전과가 있고, 범행 2주 전부터 범행 도구를 구매하는 등 계획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후 시신을 그대로 뒀는데, 이는 상해치사라는 범죄로 나쁜 정상이지만 사체를 은닉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범죄를 은닉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다음 날 경찰에 자수한 것은 참작할만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 기간을 줄인 이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동종 살해 사건의 양형을 비교해봤을 때 전자장치 부착 명령 기간도 이례적"이라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