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대한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더 이상 ABC 부수공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어려운 것으로 보아 그 정책적 활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ABC협회에 지원한 공적자금 45억원도 회수한다”고 했다.
정부광고 등 정책적 활용 중단키로
시행령서 ABC협회 삭제, 45억 회수
국민 5만명 ‘구독자 조사’로 대체
“디지털 열독률 합산 방안도 검토”
중재위 건수 등 ‘사회적 책임’도 반영
이날 황 장관은 “ABC 인증 부수를 대체할 정부광고 집행 핵심 지표로 전국 5만 명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구독자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독자 조사’는 정부광고 업무 대행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맡아 전국 5만 명을 대상으로 열독률(지난 1주간 열람한 신문)과 구독률(정기구독)을 대면 조사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또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조정 건수, 자율심의기구 참여 및 심의 결과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지표와 포털 제휴, 인력 현황, 법령 준수 여부 등 지표를 활용하도록 정부광고 제도를 본격 개편한다. 김대현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디지털 열독률을 포함해 결합열독률을 내는 방안도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구독자 조사는 연내 추진, 2022년부터 새 지표에 따라 정부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법령 개정 작업도 착수한다. 황 장관은 “정부광고법 시행령에서 ‘ABC’라는 단어를 빼는 개정 작업을 10월 이전에 하고, 연말까지 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광고법에서 ‘부수’라는 단어 대신 ‘매체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을 넣어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자정의 기회를 줬지만 전혀 개선 의지를 볼 수 없었던 ABC협회를 제외하는 방식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다면 중립성·객관성·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중립성 확보를 위한 ‘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도 “열독률 등은 조사 주체, 의도에 따라 왜곡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BC협회의 신뢰성 논란은 지난해 11월 ABC협회 직원들이 문체부에 진정서를 내며 불거졌다. 당시 직원들은 “2020년 공사 결과 A신문은 95.94%, B신문은 93.26%의 유가율을 기록했다.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결과”라며 “부정행위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문체부가 올해 초 12개 지국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A신문과 B신문의 유가율이 각각 67.24%, 58.44%에 그쳤다. ABC협회의 부실 공사가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또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이 지난 2월 중앙일보 인터뷰 등에서 “이성준 회장이 일부 신문사의 민원에 담당 공사원을 질책하며 결과를 수정하게 하는 등 협회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폭로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문체부는 ABC협회 사무 검사를 통해 지난 3월 이성준 협회장에게 기관장 경고를 내리고, ‘유가율·성실률 추가 파악을 위한 공동조사단 구성’ ‘지국 통보 시점 단축’ 등 개선 조치 17건을 권고했다. 6월 30일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ABC 부수공사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알렸다.
“열독률 조사 중립·공정성 확보 관건”
하지만 ABC협회 측은 이 같은 개선 요구에 사실상 불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8일 “이행 여부 점검 결과 권고사항 총 17건 중 불이행 10건, 이행 부진 5건, 이행 2건으로 조치 권고를 불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20곳의 지국을 방문했으나 16곳은 지국장이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문체부는 ABC협회가 공사 방식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칼을 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