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KDI 홍장표의 민망한 ‘소주성 자화자찬’ 컨퍼런스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15:11

수정 2021.07.0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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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표 KDI 원장이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이던 2019년 당시 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스로 낳은 자식,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홍장표 전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 주관한 국제컨퍼런스 얘기다. ‘문재인 정부 4년의 여정: 포용적 회복과 도약’이란 주제로 6~7일 열린 컨퍼런스는 형식부터 내용까지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먼저 형식부터 ‘경제 싱크탱크’를 자임하는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기조 강연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위기에 강한 정부’부터 ▶1세션 ‘한국판 뉴딜과 미래를 여는 정부’ ▶2세션 ‘포용 사회와 복지를 확장한 정부’ ▶3세션 ‘공정 사회와 권력을 개혁한 정부’ ▶4세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평화를 유지한 정부’ ▶종합 토론 ‘문재인 정부 4년의 변화와 포용ㆍ회복ㆍ도약’까지…. 그간의 정책 실패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설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내세운 친(親) 정부 인사 면면도 부적절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가 발병한 임기 내내 실책과 말실수로 시달리다 지난해 12월 교체된 인사다. 그런데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이 훌륭했다는 취지의 기조 강연을 했다. 정책 집행자에게 평가를 맡긴 셈이다. 종합 토론에 나선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장학금 특혜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이다. 지난해 5명이었던 외국인 발표자도 1명으로 줄여 ‘국제’ 컨퍼런스란 이름이 궁색했다.

 
내용은 자화자찬에 그쳤다. 주제로 삼은 ‘포용적 회복’은 소득을 적절히 분배해 빈부 격차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통계는 실패를 가리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가계 소득 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로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 말기와 비교해 소득 분배는 악화 흐름을 이어갔고, 자산 분배는 오히려 뒷걸음쳤지만 반성은 없었다.


 
게다가 KDI가 “지난 4년간 국정 운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도약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부동산 정책 실패나 청년 일자리 문제는 논의 주제에서 쏙 뺐다. 경제 싱크탱크에서 주관한 행사인데 검찰 개혁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등 권력기관 구조 개혁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 성장을 이론적ㆍ정책적으로 뒷받침한 KDI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근간을 세운 ‘소주성 설계자’ 홍 원장이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과 자성 없이 처음 주관한 행사부터 소주성을 치켜세운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딱 한 달 전 홍 원장이 취임할 당시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자율성을 보장한 덕분에 연구의 권위를 유지한 KDI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앞으로 나올 KDI의 연구 보고서가 이번처럼 ‘쓴소리 없는 컨퍼런스’ 같다면 신뢰할 수 있을지 서글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