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당 설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꺼낸 말이다. '頭破血流(두파혈류)'.'
머리 깨지고, 피 터진다'
전쟁 중에나 나올법한 무서운 말이다. 그러나 그 말에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운집한 청년들은 환호했다.
도대체 시진핑의 공산당은 중국을 어디로 몰고 가려는 것인가? 그의 연설 내내 든 생각이다.
국내 분위기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혐중(嫌中) 분위기가 퍼진다. "중국이라면 다 싫다. 내 앞에서 중국이라는 단어 꺼내지도 말아라." 중국 관련 기사에는 이 같은 댓글이 더덕더덕 붙는다.
"한반도는 아직 냉전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신냉전의 쓰나미를 가장 가까이서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에 대해 친중, 반중, 그리고 혐중으로 갈리어 있다. 각 진영의 입장에서 정해진 답만 보려 할 뿐 중국의 변화를 직시하기를 피하려 한다."
한겨레 신문 박민희 기자는 최근 낸 책 '중국 딜레마(한겨레 출판)'에서 이렇게 말한다.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로 커 갈수록 우리는 더 관찰하고,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을 어떻게 탐구해야 할까.
등장인물 20인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불안한 황제 시진핑, 중국몽의 설계자 왕후닝(王沪宁) 등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중국 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센즈(弦子)도 등장한다. 실종된 위그루인 인류학자 마힐라 다우트, 노동운동에 몸을 던진 선전(深圳)의 공장 노동자 선멍위(沈夢雨) 등 '반체제' 인사도 있다.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 등 경제인도 관찰 대상이다.
책 '중국 딜레마'는 인치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메그비를 키운 건 공산당이다. 당은 인민을 감시할 장비가 필요했다. 도로에서, 공항에서, 호텔에서 얼굴 정보를 판별할 시스템을 찾았다. 그걸 메그비가 제공한 것이다. 과학기술 덕택에 당의 '디지털 통제'는 더욱 조밀해졌다. 소설 속 '빅브라더'는 현실로 뛰쳐나온다.
당은 왜 인민들을 감시해야 할까.
중국 정부는 메그비에게 마음껏 데이터를 모으라고 독려한다. '개인 정보 보호? 개나 갖다 주어라'는 식이다. 그래야 '경찰'이 쉽다. 데이터가 쌓이고, 기술은 더욱 발전한다. 감시뿐만 아니라 교통 관리, 건물 출입, 디지털 결제 등으로 AI 기술은 확대된다.
공산당과 과학기술은 그렇게 결합되고 있다.
AI 청년 사업가 인치는 또 다른 20인 인물 류허(刘鹤)부총리와 연결된다.
그러나 상황은 달리 돌아갔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중 간 경제 전쟁의 전운이 감돈 것이다.
"미국의 전방위 공세로 중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류허가 추진하던 개혁은 더 진행될 수 없었다. 당과 국가가 경제 전반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경제 기술 패권전쟁에 대비하는 일종의 '전시 경제' 지휘관으로 류허의 역할도 수정됐다."('중국 딜레마')
전운이 감돌면 국가의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중국 경제는 점점 더 국가가 나서고 민간이 빠지는 '국진민퇴(國進民退)' 경향을 보인다. 마윈이 그래서 아웃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던 디디(滴滴)의 애플리케이션은 중국 스마트폰에서 아웃됐다. 당이 쳐 놓은 그물을 벗어나려는 기업은 그냥 아웃이다.
시진핑의 행보는 거침없다.
시진핑 집권 초기의 정치환경을 볼 필요가 있다. 덩샤오핑, 장쩌민, 그리고 후진타오…. 중국은 개혁개방의 길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시진핑이 권력을 잡았던 2012년에도 그 기세는 여전했다.
그러나 부작용은 컸다. 당 지배세력은 권력을 사유화했다. 부패가 만연했다. 빈부 격차는 커졌다. 부패 관료, 경제 기득권자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끓어올랐다. '사회주의' 중국은 내부에서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는 지도부 합의의 산물이다. 당 지도부는 공산당이 권력을 잃고 소련공산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 중국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중국 딜레마')
당 엘리트들 스스로 시진핑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데 동의했다는 게 박민희 기자의 분석이다. 보시라이 사건은 권력 집중을 가속하는 촉매제였다. 시진핑은 그 절호의 찬스를 살렸고, 권력을 장악했다.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 공격적 본능보다는 방어적 본능이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을 추동했다. 지배 연합으로부터 배제된 대중과의 갈등, 지배연합 내부의 권력 갈등이 엘리트들이 느끼는 위협 의식의 뿌리다."(손인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중국 딜레마'에서 재인용)
「
시진핑은 자신을 그렇게 각인시키려 한다. "서방 굴복의 역사를 끝낸 지도자!"
」글로벌 넘버 투, 개혁개방 덕택에 물질적 풍요를 누린 젊은 세대들은 시진핑 주석이 흔들어대는 성적표에 환호한다. '중국몽'이 주는 황홀한 비전에 현혹돼 애국주의, 국수주의로 빠져들고 있다. 많은 사람이 문혁 시대 홍위병을 떠올리고 있다.
국내 불안이 클수록 대외적으로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법이다. 땡큐 트럼프! 시진핑은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에 물러서지 않았다. 국내 애국주의를 대미 항전에 끌어들였다.
박 기자는 머리말에서 "중국의 문제를 공정하게 비판하면서 중국 시민들과 연대하고 평화적인 공존의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라고 썼다. 그가 중국 내 여러 양심의 목소리를 찾아 취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