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허언(虛言)이 안 되려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대로면 말만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문 대통령이 중립을 말하던 바로 그 순간, 과히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을 따져보자. 이 실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지난 4월 기소됐다. 문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나섰다는 게 핵심 혐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선거를 앞두고 중립을 요구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중립은 당연하다”고 했었다. ‘당연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데도 이 실장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만든 혁신안에 “부정부패로 검찰에 기소되기만 해도 당직을 박탈하겠다”고 했었다. 선거법 위반 기소자를 청와대 핵심으로 두고 정치 중립을 말할 수 있겠나.
청와대에 이진석·이광철, 내각엔 박범계
진심으로 중립 원하면 논란 인사들 빼야
내각도 논란이다. 과거엔 중립내각 시늉이라도 했었다. 이번엔 총리가 여당 중진이고, 선거와 관련한 행정안전부(전해철)·법무부(박범계) 장관직을 친문 핵심 의원들이 차지한 이례적인 포석이다. 이미 검찰 인사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박 장관은 야권 유력 주자와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맡기는 기조하에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로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꼽힌다. 박 장관이 선거 사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적임자인가.
“판결은 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브렌다 헤일 영국 대법관)고 한다. 정치적 중립도 실제 중립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중립으로 보여야 한다.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