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 수, 서식지 줄었다…멸종 직전에 놓인 국내 여우ㆍ산양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15:52

수정 2021.07.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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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더 이상 여우와 산양을 볼 수 없을까. 이들의 멸종이 9년 전보다 한층 가까워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식 면적 감소와 개체 수 부족 등이 겹친 탓이다.
 

지난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경북 영주시 단산면 소백산 국립공원 자락에서 여우를 방사하자 여우가 산기슭으로 달려가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에 거의 없다"…포유류 14종 '멸종 우려'

국립생물자원관은 6일 국내 포유류·관속식물 601종의 멸종 위험 상태를 다룬 '국가생물적색자료집' 개정판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2012년 동식물 전문가들이 국제 기준을 참고해 발간한 초판에 최신 현황을 추가했다. 동식물의 멸종 위험을 절멸, 위급, 위기, 취약, 준위협, 최소관심, 미적용 등으로 구분한다. 이중 위급, 위기, 취약을 받은 동식물이 멸종 우려 범주에 속한다.
 
이번 개정판에 나온 포유류는 47종, 관속식물은 554종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포유류(125종) 가운데 37.6%, 관속식물(554종) 중 12%가 포함됐다. 9년 전 초판에 있던 동식물 500여종에 전문가들이 멸종 위험도 관리가 필요한 수십여종을 추가했다고 한다.
 
국내 포유류 중에선 산양, 무산쇠족제비 등 14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은 '지역 내 절멸' 동물이 5종에 이른다.


이번에 멸종 위기가 상향된 동물은 산양, 여우, 무산쇠족제비 등이다. 산양은 9년 전 국내에 800여 마리가 서식해 '위기'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절멸 바로 직전인 '위급' 등급으로 올라갔다. 여우는 "야생에서 발견되는 개체 수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위급'이 매겨졌다. 무산쇠족제비는 종종 야생에서 발견되지만,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에서 아예 이들 동물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활짝 핀 멸종위기 '단양쑥부쟁이'. 연합뉴스

관속식물에선 멸종 우려 범주가 188종이다. 특히 피뿌리풀은 개체 수가 급감해 국내 오름 하나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위급' 등급을 받았다.
 

2024년, 한국판 '적색목록지수' 나온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9년부터 '2012 국가생물적색자료집'을 개정하고 있다. 지난해 양서파충류·조류·어류를 개정한 데 이어 올해 포유류와 관속식물 자료를 업데이트했다. 매년 분야별로 진행되는 개정작업은 2024년 마무리할 계획이다.
 
완성된 자료집은 '한국 적색목록지수(K-RLI)'를 산출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적색목록지수는 생물 다양성 보전 성과에 관한 지표 중 하나다. 야생생물 보전 국제 협약에서 주로 쓰인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적색목록지수는 우리와 공존하는 야생생물들의 현황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국내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