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오멘·리썰웨폰…장르물 귀재 리처드 도너 감독[1930~2021.7.5]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15:17

수정 2021.12.1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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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감독 겸 제작자 리처드 도너가 별세했다. 사진은 2017년 6월 미국 아카데미협회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수퍼 히어로 영화 ‘슈퍼맨’, 액션 시리즈 ‘리썰 웨폰’ 등 할리우드 흥행제조기로 통한 감독 겸 제작자 리처드 도너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뉴욕타임스‧롤링스톤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고인이 설립한 영화제작사는 7월 5일(현지 시간) 고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사망 장소와 원인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할아버지 영화관서 꿈 키운 유대인 이민자 소년  

고인은 1930년 뉴욕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가족의 1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릴 적 누나와 브루클린에 있던 할아버지의 영화관에 드나들며 영화의 꿈을 키웠다. 스무살 무렵 상업광고 모델로 데뷔해 TV 시리즈 출연기회를 따냈지만, 촬영장에서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자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  

할리우드 흥행사 통한 감독 겸 제작자
스필버그 "그는 늘 아이였고 진심이었다"

처음엔 주로 광고를 찍었다. 1960년 스티브 맥퀸 주연 TV 서부극 시리즈 ‘원티드: 데드 오어얼라이브’의 메가폰을 잡은 것을 계기로 ‘트와일라잇 존’ ‘더 맨’ 등 인기 시리즈 연출로 올라섰다.
 

'슈퍼맨'(1978) [사진 워너브러더스]

출세작은 1976년 악마 소년을 내세운 공포영화 ‘오멘’이다.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그해 북미 흥행 5위에 올랐고 이를 계기로 고인은 1978년 크리스토퍼 리브, 말론 브랜도 등이 주연한 블록버스터 ‘슈퍼맨’ 감독을 맡게 된다. 슈퍼 히어로 소재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다룬 이 영화는 전 세계 3억 달러(약 3400억원) 넘는 박스오피스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후보에 오른 편집‧음향‧음악상 부문 수상이 불발된 대신 시각효과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오멘·슈퍼맨·리썰웨폰…장르 통달 흥행사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어린이 모험 영화 ‘구니스’, 멜 깁슨을 액션 스타로 만든 ‘리썰 웨폰’ 프랜차이즈도 큰 성공을 거뒀다. 멜 깁슨과는 서부극 코미디 ‘매버릭’, 줄리아 로버츠가 공동 주연한 스릴러 ‘컨스피러시’ 등도 함께하며 1970~1990년대를 풍미했다. 제작자로선 올리브 스톤 감독의 전미 풋볼 영화 ‘애니 기븐선데이’, 마블 코믹스 창시자 스탠 리와 공동 기획에 이름을 올린 ‘엑스맨’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이 대표작이다. 

영화 '오멘' [사진 20세기폭스]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할리우드엔 추모가 잇따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5일 고인에 대해 “영화의 강력한 지휘자였고 많은 장르에 재능이 있었다. 그와 함께한다는 건 가장 좋아하는 코치이자 가장 똑똑한 교수,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자, 가장 소중한 친구, 가장 굳건한 동맹, 그리고 가장 훌륭한 ‘구니스’의 일원과 함께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그는 늘 '아이'였고 항상 진심이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감독이자 ‘앤트맨’ 각본가인 에드거 라이트는 트위터글을 통해 “도너 감독은 스크린에 마법을 펼쳐내는 법을 알았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