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글로벌 아이] 두 도시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00:2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2년여 전, 홍콩 200만 시위 물결을 취재하던 중 또 다른 뉴스가 터지는 바람에 십여일 만에 베이징에 복귀했다.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의 첫 평양 방문 소식이었다.
 
당시 인민일보는 1면에 시진핑·펑리위안(彭麗媛) 부부가 전날 북한의 대형 단체 체조와 예술 공연을 관람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평양 5·1 경기장 주석단에 자리한 두 정상 부부의 사진과 함께다. 기사는 공연을 이렇게 기록했다. “북한 민족 특색을 갖췄으며 ‘사회주의 우리 고향’ ‘승리의 메아리’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불패의 친선단결’ 4개 장절로 북한 사회주의 사업의 발전과 성취를 노래하고, 북한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
 
이날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는 10분 30초에 걸쳐 공연을 전했다. 인민일보 사진에 가렸던 김정은·시진핑 초상화, 수 만명 카드 섹션의 ‘시 할아버지, 당신의 큰 기쁨을 보았습니다(習爺爺 見到您很高興)’까지 여과 없이 전했다. 노동신문이 밝힌 공연 제목은 ‘불패의 사회주의’였다.
 

지난 2019년 6월 20일 평양 5·1 경기장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출연진을 격려한 뒤 주석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년이 지났다. 지난달 29일 CC-TV가 전날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 경축 문예 공연 ‘위대한 여정’을 19분 23초 리포트로 보도했다. 2년 전 평양 관중석의 ‘영원히 잊지 못할 중국인민지원군 열사의 영용(英勇)한 희생!’ 이란 문구는 관중석 크기 전광판에 중국 영화 ‘영웅아녀(英雄兒女)’ 대사인 “나를 향해 포를 쏘라”로 번안됐다. 붉은 셔츠의 젊은 군중이 1·2층 관람석에 도열해 오성홍기를 흔드는 장면은 2년 전 평양의 기억을 소환했다. 2만명이 10만명 역할을 한다는 점만 달라 보였다.


공연 풀버전은 1일 저녁 TV로 접했다. 대약진·문혁·천안문 등은 쏙 빠진 초대형 역사극이었다. 필자는 2019년 5월 15일 같은 체육관에서 펼쳐진 공연 ‘아시아 문화 카니발’을 취재했다. 이른바 ‘아시아 문명 대화대회’ 부속행사였다. 규모와 화려함은 ‘위대한 여정’에 못지않았다. 붉은색만 적었다.
 
2018년 3월 이후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베이징 3회, 다롄(大連)·평양에서 각 1회, 모두 다섯 차례 만났다. 회담과 만찬 및 단독 만남까지 수십 시간의 대화를 나눴다. 당시 두 정상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대화록은 남아 있을까. 이번 공연은 그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곧 북·중 원조 조약 체결 6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