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까지 가세한 골프 열풍, 예능도 뛰어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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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첫 방송한 JTBC 예능 프로그램 ‘세리머니 클럽’. 박세리가 골프 초보 김종국·양세찬과 그 날의 게스트에게 골프 레슨을 하는 컨셉트다. 레슨비는 ‘토크’로 받는다. [사진 JTBC]

예능에도 그린이 깔린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야외 스포츠 골프가 TV 예능까지 파고들었다. 40대 이상 ‘아재 취미’로 여겨지던 골프가 2030까지 팬층을 넓힌 여파다.

김미현·김국진 내세운 ‘골프왕’
박세리 출연 ‘세리머니클럽’ 등
앞서 성공한 스포츠 예능 영향도

시작은 지난 5월 첫 전파를 탄 TV조선 ‘골프왕’이다. ‘슈퍼땅콩’으로 불리며 박세리와 함께 여자 골프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미현 프로와 연예계에서 ‘준 프로’로 불리는 김국진을 내세워 출연자 대 게스트 팀전을 내세웠다. 1회 시청률 5.0%로 출발해 6회까지 4.4~5%대 시청률로 순항 중이다.
 
지난달 30일 첫 전파를 탄 JTBC ‘세리머니클럽’은 골프에 ‘토크’를 좀 더 얹었다. 매회 새 게스트를 불러 박세리가 골프를 가르쳐주고, 레슨비 대신 이야기를 듣는 형태다. 이밖에도 이번달 tvN D 웹예능 ‘스타골프빅리그’, MBN ‘그랜파’, SBS ‘편먹고 072(공치리)’에 이어 다음 달 티빙의 ‘골신강림’까지 새 프로그램이 줄 잇는다.
 
‘세리머니클럽’ 국민정 PD는 “골프가 원래 ‘고급 스포츠’ 이미지였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는 흐름에 맞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강습위주, 전문적이고 대결 위주인 골프채널과 다르게 토크, 기부를 더 해 색다르고 재밌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예능이 골프의 ‘어렵고 지루한’ 이미지를 벗으려 택한 방법은 ‘토크’ 혹은 ‘인물’이다. 토크에 맞춘 ‘세리머니클럽’은 경기 성과에 따라 기부도 하는 구도를 택했고, ‘골프왕’은 샷과 샷 사이의 긴 공백을 회마다 달라지는 게스트와의 대화로 채운다.
 
캐스팅에 힘을 준 경우도 많다. ‘편먹고 072’는 한국 최초 골프 예능 ‘골프의 신’(2008, MBC에브리원)을 진행한 이경규와 ‘골린이’ 이승기를 맞붙였고, ‘골신강림’은 강호동과 신동엽을 한 화면에 모았다. ‘그랜파’는 이순재·박근형·백일섭·임하룡을 섭외해 실버 예능 신드롬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2018, tvN)를 연상시킨다.
 
골프예능이 늘어나는 건 이미 성공한 스포츠 예능이 길을 열어 둔 덕이다. JTBC ‘뭉쳐야 찬다’가 시청률 10%를 넘기고 허재 등 ‘체육 예능인’을 발굴한 게 대표적 선례. E채널도 각 분야 스포츠 스타를 모아 ‘노는 언니’를 성공시킨 뒤 스핀오프로 ‘노는브로’를 내놨고, SBS는 축구를 내세운 ‘골때리는 그녀들’을 올 설 연휴 특집 파일럿으로 기획했다 지난 6월 정규편성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요즘의 예능은 ‘매니어’를 잡을수록 성공하는 시대”라며 “골프 종목 자체의 매력을 살려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는 게 ‘취향의 시대’에 더 맞는 공략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골프가 ‘부자들만 하는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옅어지면서 골프를 즐기던 연예인들이 나서기 편안한 환경이 된 것도 골프예능 기획에 힘을 싣는 조건”이라며 “최근 스포츠 예능이 인기 있고, 골프는 그중 블루오션이라 한동안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