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앱 이용률이 높아진 이후 소비자 갑질 사례가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 등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가운데 리뷰ㆍ별점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응답자가 74.3%에 달했다. 또 설문에 참여한 자영업자의 63.3%는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서비스 강요하는 ‘리뷰 거지’?
이들 사이에선 리뷰를 빌미로 서비스를 요청하는 손님을 ‘리뷰 거지’라고 칭한다. 리뷰 이벤트가 없는데 리뷰를 쓰겠다며 추가 음식을 요구하거나, 리뷰를 약속해놓고 서비스만 취하는 식이다. 분식집 업주 A씨는 “서비스로 제공되는 품목이 아닌데 달라고 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며 “원칙대로 주문 건만 배달했더니 고객센터에까지 전화해 트집을 잡더라. 그 이후로 그런 주문 건은 취소한다”고 했다.
환불 요구 사유도 가지각색이다. 냉면집 사장 B씨는 배달 주소를 잘못 적은 뒤 연락이 두절된 고객에게 되레 환불요청을 받고 별 1개짜리 리뷰 테러까지 받았다고 한다. 남양주시에서 업장을 운영하는 C씨는 “순대 소금을 안 줬다고 밤에 한 시간 동안 환불해줄 때까지 전화가 왔다”고 했다. 초반 평점이 중요한 새로 오픈한 가게만 노려 별점 1점을 남긴 뒤 “환불해주면 리뷰를 내려주겠다”고 한 뒤 음식을 공짜로 취하는 부류도 있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업주들은 리뷰가 다른 손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고 입을 모은다. 횟집을 운영하는 D씨는 지난해 “형편없다”는 신랄한 내용의 리뷰를 받고 그 여파로 3~4일간 주문이 확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주꾸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항상 정량으로 나가는데, ‘전보다 양이 줄었다’는 리뷰가 올라온 이후 다른 손님들도 그렇게 리뷰를 달더라”고 말했다.
“IT기업의 책임, 모니터링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리뷰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그 과정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좋게 만드는 것은 사회가 변화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배달앱은 영세 자영업자를 플랫폼으로 엮어 비즈니스를 하는데, 소비자들은 자영업자를 대형 기업 대하듯 한다”며 “업주들의 반론권을 보장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등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IT기업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허석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별점 1점을 받게 되면 그 영향으로 다음날 매출이 30~40%가량 떨어진다”며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별점을 높게 받기 위해 음식 퀄리티를 높이기보다는 이벤트 등 마케팅에 신경을 쓰게 돼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와 자영업자 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별점을 매길 때 재구매율 등을 합해 평점으로 산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