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튜브로 대선출마 선언
“대공황 때 뉴딜처럼 공공이 주도”
“기업 규제 합리화” 경제·성장 강조
윤석열 출마 선언과 차별화 방점
가족사 관련 도덕성 문제 정면대응
“되돌아가면 어쩔지는 잘 모르겠다”
4000자 선언문, 경제 17번 성장 11번
대표정책 ‘기본소득’은 한 번만 언급
이재명 “가족에게 폭언한 건 사실, 부족한 점 용서 바란다”
이날 ‘성장’을 언급한 건 모두 11차례였다. 경제와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은 결과적으로 이틀 전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과 대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비슷한 분량의 출마 선언문에서 경제는 5차례, 성장은 1차례 언급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지사가 경제 어젠다를 야당에 넘겨주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고 평했다.
이 지사의 출마 선언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대한민국 위기론’이다. 이 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청년 세대의 절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국민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여당 후보이면서도 위기론을 앞세워 ‘이재명식 뉴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슬로건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역시 뉴딜 정책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정책 실행 능력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선언문에서 “누군가의 미래가 궁금하면 그의 과거를 보아야 한다”며 ▶계곡 정비 ▶청년배당 ▶극저신용자 대출 ▶재난기본소득 등 자신이 경기도·성남시에서 편 정책 사례를 일일이 열거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한반도평화경제체제 수립, 대륙을 여는 북방경제 활성화도 새로운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력한 자주 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 중심 균형외교를 통해 평화 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며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다만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선 “기본소득 도입으로 부족한 소비를 늘려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기본소득 비판이 거센 걸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가족사와 관련된 도덕성 논란에 대해 “다 인정하고 제가 부족한 부분을 다 채우고 잘못한 거 사과드리고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가족에게 폭언한 건 사실인데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안 그러려고 노력하겠지만 어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다.
이 지사는 과거 형수와의 통화에서 욕설을 해 논란이 인 데 대해 “7남매에 인생을 바친 어머니가 협박을 받았다. 형님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셔서 어머니를 협박했고 심지어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야기를 하다 잠시 눈을 감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국민들께서 그런 점 감안해 주시고 제 부족한 점에 대해 용서하기 바란다.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 지사가 이날 오후 일정으로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유림서원, 선친 묘소를 잇따라 방문한 것도 가족사 논란을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사과드리는 모습을 계속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선 “특수과외까지 받으시면서 열공(열심히 공부)한다는데 국정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익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좀 더 열심히 공부하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