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빼는 김정은의 '살까기'…90㎏→140㎏ '10년 변천사'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05:00

수정 2021.07.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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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하신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사람들이)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형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요즘 부쩍 살이 빠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고 주민이 한 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달만에 확연히 살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좌)과 지난 3월 6일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폐강사를 하는 모습(우).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최근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줄이 헐거워지고 턱선이 살아나는 등 다소 갸름해진 모습을 보였는데, 북한 매체가 직접 주민의 입을 빌어 체중 감량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외형에 대한 평가를 매체를 통해 보도하는 건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 인터뷰를 통해 체중 감량을 공식화한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이 아프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2012년 90kg→2020년 140kg
최근 北 주민 "수척해져 가슴 아파"
위 축소ㆍ사망 등 이상설 따라다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6월 김 위원장이 같은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나온 모습. 조선중앙통신. NK뉴스

 
사실 얼굴이 좀 수척해진 게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될 정도로 김 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6~7kg씩 살이 쪘다. 2012년 90kg에서 10년만에 무려 50kg가 늘어 지난해엔 140kg를 찍었다.
2011년 12월 집권한 김 위원장은 초기인 2012년~2013년만 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갈수록 살이 붙긴 했지만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따라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뒷짐을 지는 버릇을 들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수시로 먹었는데, 그 부작용으로 체중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3년 1월 1일 오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건강이상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2014년부터였다. 40일 간 잠적해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모습을 드러냈는데,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급격히 불어난 체중 탓에 발목에 문제가 생겨 거동이 불편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같은 해 10월 김 위원장이 에멘탈 치즈를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쪘으며, 위 축소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치즈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팡이를 짚고 40일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모습. 조선중앙통신

 
2015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몸무게가 120~130kg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폭식 뿐 아니라 과음과 흡연을 즐긴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같은 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3년만에 대중 연설에 나섰는데 단상을 짚은 채 힘겹게 연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단상을 짚은 채 연설을 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TV 캡쳐. 연합뉴스

 
2016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 "김정은은 매주 3~4회 밤을 새워 술 파티를 벌인다"며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를 못하고, 무절제한 과식과 과음으로 몸무게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자신의 권위를 자꾸만 확인하려 하는 노이로제 증상을 보인다는 첩보도 있었다. 2017년에도 김 위원장이 당뇨, 심장병, 고혈압 등 과체중으로 인한 질환을 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8년 들어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남북 정상회담과 북ㆍ미 정상회담 참석으로 키와 몸무게 같은 기본적인 정보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가 드러났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백두산 천지로 이동하면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8년 5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미측 인사가 김 위원장에게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하자 부인 이설주 여사가 "나도 남편에게 흡연이 위험하다고 말하곤 했다"는 취지로 맞장구쳤다는 일화도 워싱턴포스트(WP) 기자 밥 우드워드의 책을 통해 전해졌다. 가족을 비롯한 측근이 김 위원장에게 건강과 관련한 조언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장군봉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회동 당시엔 김 위원장의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는데, 당시 현장에 있었던 미 폭스뉴스 진행자는 "김 위원장이 쌕쌕대며 숨을 몰아쉬었고 폐기종 환자 같은 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2020년 4월엔 미국 CNN 방송 등 주요 외신까지 나서서 김 위원장이 위중한 상태라는 첩보가 있다고 보도하는 등 위독설, 사망설이 돌았다. 김 위원장이 20일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외부에서도 초고도비만으로 인한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나는 모습. 노동신문. 뉴시스

 
이어 올해 들어선 집권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확연히 살이 빠진 모습을 보이며 이유를 두고 큰 괌심이 쏠렸다.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본인의 건강과 북한 내 식량난을 의식해 다이어트, 북한 말로 살까기를 한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