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 직장 개념은 없다.’(63%)
요즘 대세인 MZ세대(20~30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일까. 아니다. 20년 전인 2002년 중앙일보에서 2030세대 1192명에게 물어 나온 답이다.
그해 다른 곳에서 한 20~30대 조사 결과도 같았다. “조직에 의한 개인 생활 침해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시간·공간을 중시한다”는 SK텔레콤 ‘2030 마케팅 보고서’. “직장보다 개인 생활이 더 중요하고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그 자리에서 거절한다. 회식보다 개인적 약속이 중요하다”는 대홍기획 ‘변화하는 한국인 보고서’. 표지를 2021년판 MZ세대 진단으로 갈아 끼워도 손색없는 내용이다.
상사에게 ‘아니오’를 외치겠다던 젊은이는 20년 세월이 흘러 40~50대가 됐다. 이제 MZ세대 공공의 적이다. “라떼(나 때)는 안 그랬다”는 훈계로 2030세대의 미움을 사는 처지인 사람이 많을 거다. 기억은 거짓말을 해도 기록은 아니다. 20년 전 기사와 보고서가 증명한다. 당신도 그랬다.
MZ세대를 바라보며 ‘쯧쯧’ 혀 차기 신공을 구사했던 40~60대라면 “라떼도 그랬다”며 사과해야겠다. 라떼는 물론 “○○년도에 몇 살이었니” “요즘 애들은 모르지” 등 꼰대어를 일상에서 남발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반성하며 하는 얘기다.
그런데 달라지지 않은 건 또 있다. 91년 캐나다 작가 더글라스 코플란드는 소설 『X세대』를 발간한다. 90년대를 휩쓴 X세대의 시초가 된 책이다. 한국에선 파격과 소비를 상징하는 세대로 부각됐지만, 코플란드가 짚은 현실은 냉정했다. 그는 책에서 X세대를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로 ‘맥잡(McJob)’을 썼다. 맥도날드 일자리로 대표되는 “낮은 임금, 낮은 사회적 위치, 낮은 자존감에 미래가 없는 세대”라고 했다.
지난해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30대 셋 중 한 명(34%)은 일을 하지 않았다. 절반을 조금 넘긴 인원(58%)만 월급쟁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그마저도 3분의 1(29.3%)은 비정규직이었다. 진짜 적은 세대 차이가 아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에게 유독 냉엄한 현실이다. 훈계는 거두고 공감하고 연대해야 맞다. MZ세대의 현재는 당신의 과거이기도 하니까.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