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흥행했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작품에서 살아남은 여주인공은 거의 없다. ‘라보엠’의 미미는 병으로 촛불이 꺼지듯 죽고, ‘토스카’의 토스카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나비부인’의 초초상은 단검으로 자결한다.
예술의전당 ‘서부의 아가씨’ 공연
라보엠·토스카·나비부인과 결 달라
탄광 배경 ‘스파게티 웨스턴’ 원조
연출가가 봤을 때 공연이 드문 이유는 뭘까. 베를로파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떤 부분이 특히 어렵나.
- “주인공이 셋인데 최정상급 성악가여야 한다. ‘라보엠’의 미미 역을 할 수 있는 소프라노가 100명이라면 민니 역은 2명 정도만 가능하다. 게다가 남성만 50여명 모이는 합창단의 노래도 어렵다. 오케스트라 규모도 크고 실력이 좋아야 한다.”(※푸치니 오페라 중 ‘투란도트’ 다음으로 센 여성 캐릭터인 ‘민니’는 성격이 강한 만큼 풍부하고 무게감 있는 소리로 노래한다. 20세기로 넘어온 작품이라 현대적이고 까다로운 음악이 많이 쓰인다.)
- 푸치니 마지막 오페라인 ‘투란도트’가 더 어렵지 않나.
- “아니다. 훨씬 쉽다. ‘투란도트’ 사운드는 강력하지만 음악이 더 직선적이고 오히려 대중적이다. 하지만 ‘서부의 아가씨’에는 강렬한 멜로디 창작이 있고, 소프라노와 테너의 이중창은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정도로 어렵다.”
- 해피엔딩이라 공연이 잘 안 된다는 해석도 있다.
- “그럴 법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청중은 결말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진 않는다. 관객 입장에서는 1막 사랑의 이중창, 2막의 아슬아슬한 포커 게임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 이 작품을 처음 연출하는 의미는.
- “연출 제의 자체가 드문 작품이라 기뻤다. 역시 드물게 공연하는 드보르자크 ‘루살카’, 베르디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도 한국에 어울린다. 성악가,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부의 아가씨’는 미국의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1850년 캘리포니아 산악 지대가 배경이다. 광부 50명의 합창단, 이들이 모이는 바를 운영하는 여주인 민니, 도적 떼 두목인 테너 딕, 이들과 삼각관계인 바리톤 잭이 등장하고 비중 있는 조연 10명도 출연한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의 원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