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이어 삼성운용도 펀드 출시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세계와 현실이 뒤섞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상을 뜻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는 2019년 50조원이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30년엔 1700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펀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KB자산운용이다. 지난 14일 업계 최초로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 펀드를 출시했다. 가상현실(VR)·AR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애플·페이스북)과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엔비디아·유니티 소프트웨어), 플랫폼·콘텐트 기업(로블록스·네이버·하이브) 등에 투자한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메타버스 펀드 출시로 개인 투자자가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메타버스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하듯 펀드 출시한 지 보름 만에 54억원이 몰렸다. 이 기간 수익률은 2.1%를 기록 중이다.
지난 28일엔 삼성자산운용이 바통을 이어받아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총 8개 테마에 투자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VR 등 2개 테마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모빌리티·온라인 게임·온라인 결제·온라인 플랫폼·3D 디자인 툴·럭셔리 상품 등 6개 테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페이스북·페이팔·로블록스·스퀘어·네이버 등을 담고 있다.
메타버스株, 주가도 고공행진
키움증권은 최근 메타버스 관련주로 네이버·엔씨소프트·위지윅스튜디오·자이언트스텝·LG이노텍을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서비스 중이고, 시각특수효과(VFX) 업체인 위지윅스튜디오와 자이언트스텝은 가상공간을 만든다. LG이노텍은 AR 구현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시대에 AR 글라스 시장이 고성장하면서 카메라와 3D 센싱 모듈이 LG이노텍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 외 하이브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주도 메타버스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힌 기업은 주가 흐름도 괜찮다. 위지윅스튜디오가 올해 들어 119.1% 급등한 것을 비롯해 하이브(82.8%), 네이버(42.7%), LG이노텍(22.2%)도 많이 올랐다.
삼성운용, 국내 기업 대상 펀드 출시 검토
메타버스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메타버스 기업만을 담은 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메타버스 시장의 이용층 상당수가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인 만큼,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증권업계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며 "가상공간 안에서 주식 투자 등 금융 서비스를 연계시키는 모델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