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오 전 시장의 성추행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은 부산시 수장이었고, 범행 장소는 관용 차량과 집무실 등이었다”며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추근거림과 범행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못한 점에 비춰보면 권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 측 “치매 진단 받았다” 선처 호소
1심 “범행에 영향 줄 정도 아니다”
피해자 정신적 고통, 상해로 인정
오거돈 판결 내려지자 울먹여
재판부는 특히 이례적으로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 이후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상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치료 내용과 진료 의사 진술 등을 통해 성추행과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이 같은 정신적 장애가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신체적 상해가 아닌 정신적 상해를 상해로 인정한 건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다만 오 전 시장이 과거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고령인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징역 3년으로 결정했다. 강제추행치상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하고, 이 직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기소됐다. 그는 2018년 11월께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23분 법정에 들어선 오 전 시장은 두 눈을 감은 채 깊은 상념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권력형 성범죄’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지자 울먹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변명의 기회를 준다”고 했지만 오 전 시장은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와 저를 포함한 사회가 느낀 감정은 참담함”이라며 “피고인은 우리나라 사회를 앞에서 이끄는 사람으로서 자신에 대한 측은함보다 피해자와 나머지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오거돈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측은 “법정 구속은 환영하지만, 양형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법원이 강제추행치상과 강제추행을 모두 인정하고 법정 구속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합의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가중처벌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피해자와 상의해 항소할 방침이다. 민선 시장으로는 최초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이었던 오 전 시장은 4·15 총선 직후인 지난해 4월 23일 성추행 사실을 고백한 뒤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