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은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데 대해서 국민과 임명권자, 그리고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원장 측근들은 감사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최 원장 스스로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건 차차 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국민 여러분의 기대”, “대한민국의 앞날”과 같은 표현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이라는 정치권의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0분쯤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최 원장이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지 8시간 50분 만이다. 사의 표명 당일에 의원면직안까지 재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하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스스로 중도사퇴를 한 것은 전대미문”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회창·김황식 전 감사원장이 중도사퇴를 하긴 했지만, 국무총리 지명에 따른 것이었다.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최 원장은 스스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한 만큼 한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정치적 기반이 없어 자신을 도울 조직을 꾸리는 등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또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바로 정치 행보를 시작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감사원장직을 이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숙고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측이 ‘버스 정시 출발론’을 앞세워 사실상 8월 중순을 경선 합류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최 원장 입장에서는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정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다음 달에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