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너무 많은 약을 먹는 사람이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처방전에 14개가 넘는 약이 든 경우가 21만 건에 달한다. 2016년 13만 건에서 4년 새 61.5%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처방전 발행은 12% 줄었지만 ‘다제 약품’ 처방(14개 이상)은 크게 늘었다.
노인들 당뇨·고혈압 합병증 많아
같은 성분 중복·과다 복용 심각
졸림 유발, 낙상 위험 약 처방도
의료계 “약 정리 제도 도입해야”
한국인은 연평균 약 17회 병원을 방문한다. 이 때마다 약을 처방받게 된다. 건강보험 덕분에 병원 접근성이 좋고, 약을 많이 싸게 먹는다. 노인이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가면 1500원을 낼 때가 많다. 다제 약품 처방전이 21만 건이지만 환자당 처방전을 더하면 14개 이상 약물 복용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 박세진 약사 등이 2019년 병원약사회지에 발표한 논문(노인의료센터 다학제팀의 약물 조정이 약물 사용과 약제비 절감에 미치는 효과)에 다제 약품의 문제점이 잘 나타나 있다. 300명의 노인 환자 중 입원하기 전 10개 이상 약을 먹던 사람이 161명(53.6%)에 달했다.
또 중복 약물 복용 환자가 59명(19.7%)으로 나타났다. 평균 2.8개 중복이다. 항히스타민제 중복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벤조디아제핀계, 향정신병 약물 순이다. 이런 약을 ‘정리’했더니 평균 3개 줄었고, 1인당 연간 46만원의 약제비를 아낄 수 있었다.
조윤숙 부장은 “고령화로 인해 약물 의존도가 높은 초고령 노인이 급증한다”며 “약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입원할 때 ‘약 정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심평원 서비스를 활용하면 수월한데 본인 동의 절차가 엄격해 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세진 약사는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는 의사·약사·간호사 등이 팀이 돼 노인 입원환자를 포괄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수가가 뒷받침돼야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