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핑크 쿨러가 빅히트…매년 '굿즈 대란' 일으킨 스벅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1.06.25 05:00

수정 2021.06.25 09:4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사무실에 여름철 'e-프리퀀시' 증정품들이 전시된 모습. 이소아 기자

스타벅스가 커피뿐 아니라 ‘상품’으로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 일정 개수 이상의 음료를 마시면 제공하는 물건들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올여름 ‘쿨러’가 최고 인기

2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올여름 증정품으로 준비한 아이스박스와 랜턴(손에 드는 조명) 물량을 대부분 소진했고 이미 내년 증정품 기획에 들어갔다. 특히 핑크색과 초록색 아이스박스인 ‘서머 데이 쿨러’는 지난해 ‘굿즈(goods·상품) 대란’을 일으킨 여행 가방 ‘서머 레디백’보다 약 30% 많은 물량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퀀시(frequency)’라고 불리는 스타벅스 사은행사가 시작된 건 2003년이다. 프리퀀시는 ‘빈도’ ‘잦음’이란 뜻인데 마케팅에선 여러 번 방문하거나 구매한 고객들에게 발부하는 도장이나 쿠폰을 의미한다. 스타벅스는 매년 겨울 새해 다이어리를 증정해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왼쪽부터 스타벅스 로고가 그려진 '리유저블컵'(2014년)과 여름 음료를 담을 수 있는 '리유저블 콜드컵'(2015년).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잇단 품절에 히트쳐도 논란

여름철 프리퀀시 행사는 2014년부터 진행했다. 초기에 하얀색 재활용 컵과 투명 재활용 컵을 선보였지만 큰 호응을 얻진 못해 한동안 상품 대신 무료 음료를 제공했다. 여름 증정품이 화제가 된 건 2018년부터다. 당시 ‘마이 홀리데이 매트’라는 돗자리가 조기에 소진되더니 이듬해 해변에서 쓸 수 있는 큼직한 비치타월 역시 일부 색상이 조기에 동났다. 당시 제조업체의 공장이 있는 중국에서 거센 우박이 떨어져 증정품을 실은 트럭이 모조리 전복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스타벅스 '비치타월'.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급기야 지난해에는 아담한 크기의 여행 가방(서머 레디백)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고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은 거래가 이뤄지는 등 과열 현상이 벌어졌다. 음료를 300잔 주문하고 가방만 받아가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과 '서머 체어' 모습. 오원석 기자

증정행사를 담당하는 스타벅스 마케팅팀 최희정 팀장은 “레디백이 그렇게 인기를 끌 줄 정말 몰랐다”며 “고객들이 좋아해 주시니 기쁘지만 품절로 고생하시는 모습에 애가 탔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씩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어떤 제품이 얼마나 인기를 얻을지 예상하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했다.

“살림살이 될만큼 정성껏 만든다”

스타벅스가 회계상 ‘비용’으로 잡히는 증정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란 얘기다. 
특히 대표상품이 있는 겨울철과 달리 여름철은 트렌드와 품질, 브랜드 정체성의 3박자를 갖춘 제품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이 크다. 5~6월에 내년 상품의 주제를 정하고 7~9월 상품을 기획하고 확정해 10~11월 제작주문에 들어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다. 최희정 팀장은 “하나하나 모으면 살림살이가 될 만한 물건들, 어느 연령대가 언제 어디서 사용해도 멋지고 폼이 나는 물건들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스타벅스 '서머 데이 쿨러'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를 위해 기획자와 디자이너, 마케터들은 10만 명이 넘는 고객 반응이 담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장 트렌드를 조사·연구해 주제(컨셉트)를 정한다. 올여름은 코로나 상황을 반영해 야외에서 가까운 지인과 즐기는 소소한 여행을 주제로 선정했다. 심미적인 완성도를 위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색상 배합이나 디자인까지 살폈다. 아이스박스의 경우 ‘스타벅스 대표가 타는 차 트렁크에 놓아도 폼나게’ 기획했다는 후문이다. 

내년 여름 지배할 주제는?

특히 1990년대 생으로 대표되는 Z세대의 취향과 행동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스타벅스 고객의 범주는 전 연령대에 걸치지만 가장 젊은 고객의 취향이 윗세대로 확산해 트렌드를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연한 핑크색 상품을 만들어 히트를 한 것도 20대 여성들의 선호를 과감히 반영한 결과다.  

스타벅스코리아 매출액과 매장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국은 매출액과 매장 수에서 미국·중국·캐나다·일본에 이어 전 세계 스타벅스 5위지만 트렌드 측면에선 선도국으로 평가받는다. 
프리퀀시 행사만 해도 한국에서 증정품이 나오면 따라 하는 나라가 많다. 스타벅스 측은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고 유행 주기도 짧다. 실용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재미나 새로움 등 의미를 둘 수 있는 소비를 즐긴다”고 분석했다. 실제 스타벅스 아시아태평양 지부에서 상품기획 협업을 제안해 와도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맞지 않아 진행하지 못한 적도 여러 번이다. 정보기술(IT) 수용력도 뛰어나 스타벅스 진출국 중 유일하게 모바일 앱으로 적립하는 ‘e-프리퀀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아이스박스 거의 소진
쿨러, 작년 가방보다 30% 더 나가

 
스타벅스가 내다보는 2022년 여름의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다.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커피가 그렇듯 일상 속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증정품을 기획 중이다. 품목도 한낮에 즐기는 쿨러와 밤중에 즐기는 랜턴처럼 뚜렷한 취향과 개성을 고려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에는 문화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만큼, 한 해의 중간인 여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의 문화를 담은 행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