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례 회의' 통해 10여건 제재 면제
발족 취지는 대북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것이었지만 초점은 주로 남북 간 협력 사업을 위해 대북 제재의 예외 승인을 받는 문제에 맞춰졌다. 제재 예외 승인(라이센스)을 받은 경우가 10건이 넘는데,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비무장지대(DMZ) 내 유해발굴, 남북 도로연결을 위한 공동 조사 사업 등이다.
'오명' 벗고 '존재감' 높여야
12차례 만나 10여건 면제 받았지만...
'장애물' 오명에 北 거부로 이행 불발
"남북 관계 발전 취지 강조, 효율성 높여야"
특히 애초에 대북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때문에 부과된 것이란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워킹그룹을 탓하는 건 과속을 해서 적발돼놓고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지 못한 것은 예외로 사정을 봐주지 않은 경찰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더 낮은 급의 당국자끼리 만나 더 폭넓은 대화를 한다는 설명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다만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임, 북핵 문제에만 '올인'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새 협의체의 수석대표를 정박 부대표가 맡는 게 효율성은 높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박 부대표는 워싱턴 국무부에 상주하며 범부처적 논의가 필요할 경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이 외교와 관여를 강조한 만큼 새 협의체 역시 이에 중점을 둬야 일치된 대북 접근이 가능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기존 워킹그룹이 원래 갖고 있던 부정적 이미지가 대화와 외교적 해법을 열어놓은 바이든의 대북 정책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돕는 협의체라는 취지를 강조해 바이든 행정부는 달라졌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원스톱' 강점은 강화해야
다만 각 부처 당국자들이 모여있다 보니 서로 책임 및 결정권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연출돼 막상 협의가 끝난 뒤 손에 잡히는 성과 없이 헤어지는 경우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수석대표를 맡는 외교부와 국무부가 제대로 된 컨트럴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다 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대북 저자세 기조가 더 큰 장애물
북한의 일시적 호응에 고무돼 제재 면제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사업을 진행하거나, 무리하게 한ㆍ미 협의에 상정할 경우 미국과 신뢰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19년 5월 이후부턴 북한의 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을 의식해 워킹그룹이라는 명칭을 부르는 것을 삼가기도 했다.
향후 한ㆍ미 국장급 협의에선 남북교류사업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는 동시에 대북 정책에 대해 한ㆍ미가 원칙적이고 일관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의체가 존재감을 잃을 경우 미국이 대북 협상에 있어 자칫 한국과 협의를 건너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킹그룹 종료가 본질적으로는 없앨 수도 없는 장애물 하나를 치워보려다 오히려 패싱 당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