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웰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그랬다. 양국은 약식회담 불발의 책임을 놓고 치열하게 맞섰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지 복기해 보자. 서울과 도쿄의 복수 외교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전후 사정은 이랬다.
약식회담 불발 놓고 서로 책임전가
한국은 결과, 일본은 절차 봤기 때문
상대국에 대한 무지, 악의 넘쳐나니
당분간 가만있는 게 슬기로운 외교
그래서 결론. 한국과 일본의 말, 둘 다 틀리지 않았다. 한국이 볼 때는 일본이 동해 수호훈련을 이유로 취소를 건의해 왔고, 애드리브 회담도 피했으니 “문제는 일본”이라 하는 게 맞다. 한편 일본이 볼 때는 “취소하기로, 그리고 그 이유까지 양국이 사전 합의했는데 어떻게 이게 일방적 약속 취소냐”고 발끈하는 것도 맞다. 한국은 결과, 일본은 절차만 보니 그렇다. 서로 다른 지점을 보고 있었던 게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상대방의 사고·스타일에 대한 무지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가 총리는 귀국 후 “(현지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한국이었다”고 말했다(아사히 신문). 북한이나 중국을 경계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일본 총리의 입에서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총출동해 “심술을 부린다” “유치찬란하다” 등 일본 조롱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쯤 되면 상대방에 대한 악의다.
무지와 악의의 한·일 외교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선 문 대통령이 다음 달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 간들 두 정상이나 양국 국민 모두 유쾌할 리 없을 것 같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문 대통령은 개회식에 참석한 아베 총리와 1시간 동안 양자회담을 했다. 이번에는 1시간은커녕 양자회담도 힘들 것이라고 스가 총리 측근은 전했다. 게다가 조만간 나올 일본의 방위백서도 아슬아슬하다.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당분간 서로 가만히 있는 게 슬기로운 한·일 외교 같다.
김현기 순회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