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사립대에서 처장을 맡고 있는 A교수의 하소연이다. 그가 사형선고라 말한 건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다. 신입생 부족으로 지방대 몰락이 현실이 되자 교육부는 ‘권역별 정원 감축’이란 카드를 꺼냈다. 학생 충원율 등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하위 30~50%)에 정원 축소를 요구한다는 건데, 감축 대학을 수도권 등 권역별로 나눠 정한다.
‘지방대를 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해도 ‘정원 감축=수입 감소’를 눈앞에 둔 대학으로선 달가울 리 없다. 특히 수도권이란 테두리에 묶여 S·K·Y, 인서울 대학과 경쟁하게 된 경기도·인천지역 대학에선 벌써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나온다. 때문에 “차라리 모든 대학이 같은 비율로 정원을 감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식당 밥값을 머릿수로 나눠 내듯 정원 감축분을 ‘n분의 1’로 하자는 건데, 물론 서울 소재 대학들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이 ‘과거의, 과거에 의한, 과거를 위한’ 구조조정을 답습한다는 점도 닮았다. 정부가 채찍(규제)과 당근(예산)을 쥐고 군림하는 상황(‘과거의’), 뿌리 깊은 대학 서열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과거에 의한’), 수요자인 학생·학부모·기업 대신 교수 등 대학 기득권층의 이해에 흔들리는 모습(‘과거를 위한’)이 되풀이될 것 같다는 얘기다.
진정한 대학 개혁은 ‘학생이 줄었으니 대학끼리 고통을 나누자’는 발상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새 판을 짜겠다는 의지와 계획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 개혁은 정치권의 외면, 국민의 무관심 속에 관료와 이해당사자의 손에만 맡겨져 왔다. 이번 구조조정은 내년 대선 뒤 출범할 새 정부에서 본격화한다. 다가오는 대선, 건설적인 대학 공약 제시와 진지한 토론을 기대한다.
천인성 사회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