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인 함씨는 1985년 결성된 전국학생총연합 산하 투쟁조직인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 그해 5월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하다가 투옥(징역 6년 6개월)됐다. 1988년 특사로 석방됐지만,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두 차례 더 수감됐다.
이런 함씨에게 윤 전 총장은 어느 대목에서 호응했던 걸까.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함씨는 지난주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하는 자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언론 인터뷰를 했는데, 윤 전 총장은 이를 접하고는 지인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함씨는 “최저임금 올린다고 성장이 되나”, “가게 매출이 늘어야 직원들 월급도 올라가지 월급이 올라간 다음 매출이 오르는 게 아니다”, “사람 고용해 월급 주는 사람이 진짜 애국자”라는 등 자영업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윤 전 총장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난달 8일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 4시간가량 토론하면서 권 원장에게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윤 전 총장은 함씨의 과거 학생운동 및 여권 후보 출마 이력(2006년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군산시장 후보) 등에도 주목했다고 한다.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내세우는 윤 전 총장은 보수·중도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 세대까지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윤 전 총장은 다음주 초 공식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경제 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원칙 하에 시장경제 수호라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각론을 채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지난 21일 영입 1호(대변인 제외)로 발표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최근 전직 고위관료와 함께 『경제정책 어젠다 2022』를 출간했는데, 이 책에서 주장한 핵심 개념은 '부(負)의 소득세'다. 전 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달리 저소득층에게만 세금의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전 실장은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윤 전 총장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27일 출마일정 연기= 윤 전 총장은 광화문 인근 이마빌딩에 캠프 사무실 임대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경복궁·청와대와 가깝고, 1997년 대선 때는 이회창(당시 한나라당 소속) 전 총재가 이 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대선 캠프로 광화문 외에 별도 단위 팀을 위한 소규모 사무실 마련을 함께 검토 중”이라며 “당초 27일로 예정했던 출마 선언은 실무적인 이유로 며칠 순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최지현 변호사를 부대변인으로 선임했다. 윤 전 총장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캠프엔 아주 훌륭한 분들이 많다. 계속 공개가 될 것”(CBS라디오)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