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의 장기 흥행 조짐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당초 미국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굿 포 유(good 4 u)’와 발매 시기가 겹쳐 접전이 예상됐지만 ‘버터’는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올 초 데뷔곡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로 8주간 1위를 차지한 ‘괴물 신인’의 상승세를 잠재우고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 빌보드에 따르면 발매 첫 주 핫 100 1위로 진입한 곡은 역대 54곡, 그중 4주 연속 정상을 지킨 곡은 ‘버터’를 비롯해 13곡뿐이다. 그룹으로서는 1998년 미국 록밴드 에어로스미스의 ‘아이 돈트 원트 투 미스 어 싱(I Don’t Want to Miss a Thing)’ 이후 처음이다.
‘버터’로 아시아 첫 4주 연속 1위
정식 앨범 아닌 ‘영어 싱글’ 발매
최대 약점 라디오 방송 횟수 선전
트와이스는 앨범 차트 6위 올라
미국 대중문화에 녹아든 곡이란 평도 많다. RM뿐 아니라 해외 작사·작곡진의 참여 덕이다.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이나 어셔의 ‘유 갓 잇 배드(U Got It Bad)’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곡을 오마주한 가사나 안무도 화제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기존의 방탄소년단이 가진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라디오 친화적이고 팝 문화가 반영된 곡을 앞세워 더 많은 사람을 유입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짚었다.
빌보드 집계 기간에 맞춰 리믹스 버전을 추가 발매한 것도 음원 판매량 유지에 보탬이 됐다. ‘버터’는 지난달 21일 원곡과 인스트루멘털 버전 발매 이후 28일 EDM ‘하터(Hotter)’, 이달 4일 R&B와 기타 사운드를 가미한 ‘스위터(Sweeter)’와 ‘쿨러(Cooler)’ 등을 발매해 왔다. 해당 리믹스는 69센트에 판매돼 상술 혹은 덤핑 판매라는 지적이 일었지만, 이번 주는 추가 리믹스 출시가 없었음에도 화력은 그대로였다. 다음 주엔 바이닐과 카세트 버전 판매량이 집계에 포함되는 만큼 추가 기록 달성도 기대해볼 만하다.
코로나19로 지난 1년 반 동안 월드투어 등 전 세계 팬들과 대면 활동은 할 수 없었지만 지역 맞춤형 프로모션을 통해 팬덤은 더 공고해졌다. 월드스타로 부상한 이후 한국 예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지만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나 자체 예능 ‘달려라 방탄’과 tvN 웹예능 ‘출장 십오야’와 컬래버레이션 등에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미국에서는 17년 만에 제작된 HBO맥스 ‘프렌즈: 더 리유니언’에 깜짝 등장하는 식이다. 지난 16일 일본에서 발매한 ‘BTS, 더 베스트’ 앨범도 발매 첫 주 78만2000장이 판매되며 오리콘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50개국 맥도날드에서 BTS 세트를 출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규탁 교수는 “대중과 접점을 꾸준히 넓혀가면서 음악뿐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홍보가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개척한 활로를 후배들도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 빅히트 후배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13일 정규 2집 ‘혼돈의 장: 프리즈(FREEZE)’로 빌보드 앨범 차트 5위, 지난해 데뷔한 빌리프랩의 엔하이픈은 지난달 미니 2집 ‘보더: 카니발(BORDER : CARNIVAL)’로 18위에 첫 진입 했다. JYP 걸그룹 트와이스도 21일 미니 10집 ‘테이스트 오브 러브(Taste of Love)’로 6위에 올랐다. 김영대 평론가는 “K팝에 힘이 실린데다 하이브라는 레이블에 대한 신뢰도도 오르는 추세”라며 “이들을 통해 K팝에 입문한 팬들이 그 안의 다양한 음악을 즐기며 발굴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