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감독을 16일 서울 목동에서 만났다.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1년 만이다. 그는 “감독을 그만두고 첫 인터뷰라 낯설다. 지난 1년간 ‘큰 사건’을 여러 번 겪었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심장 수술을 받은 사실을 처음 털어놨다. 부정맥 때문이다. 5시간 반에 걸친 큰 수술이었다. 그는 “호흡이 너무 불안정하고, 가슴 통증이 있어 응급실에 갔다. 급히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았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구에 모든 걸 쏟느라 몸이 곪아가는 건 몰랐다. 수술 사실을 알리지 않아 2002 한·일 월드컵 멤버들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전했다.
작년 말 5시간 대수술 처음 밝혀
잘 나가다 지난해 성적 부진 사임
방송서 숨고른 뒤 감독 복귀 할 것
최 전 감독은 최근 방송을 시작했다. 후배 안정환의 권유가 계기다. 지난달 함께 예능 ‘안 싸우면 다행이야’에 출연했는데, 9.1%(닐슨, 수도권 가구)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를 포함해 동시간대 1위였다. 경상도 사투리로 툭툭 던지는 농담이 화제였다. 여자 연예인 축구팀을 훈련해 대회에 출전하는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그는 ‘모델 팀’ 감독을 맡았다. 황선홍·이천수·이영표 등 2002 멤버가 대거 출연한다. 그는 “난생처음 일반인을 가르치며 관점이 바뀌었다. 잊고 있던 칭찬과 격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방송인이 되는 걸까. 그는 “다작 속에 대작이 나온다”고 농담을 건넨 뒤 “방송은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기 전 숨 고르기다. 다신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해 더 높이 날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