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소규모 조직으로 사건 9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문어발’ 논란과 관련해 “공제 번호 기준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사건 각각을 보면 쟁점이 간단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복수의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가 수사하는 9건을 다 합쳐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1건보다 규모가 작다”며 “문어발 수사 논란은 지나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파견검사 20명)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만 뇌물수수 등 총 13가지의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공수처는 박영수 특검과 규모가 비슷하다. 처·차장을 포함해 검사 15명이 근무 중이다. 이달 말부터는 검사 10명에 대한 추가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감사원·검찰이 앞서 조사한 사건 많아 손쉬워”
3호 사건인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씨 면담 보고서 허위 작성 및 언론 유출 의혹’의 경우 상당 부분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된 뒤 이첩 받은 건이다. 윤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4호 사건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재판 전 공개’와 관련해선 조만간 대검찰청이 진상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 공수처가 조사결과를 넘겨받으면 추가로 힘을 들일 여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죄 가능성 높아야만 수사하는 것 아냐”
하지만 공수처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검찰이 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큰 사건만 골라 예단을 갖고 수사를 해왔다면, 공수처는 죄 성립 여지와 상관 없이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해 죄 성립 가능성이 작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목적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수사대상이 누구이건 예단이나 선입견 없이 수사를 한 끝에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제기를 하고 인정되기 어려우면 떳떳하게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 국민 앞에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히는 것이 수사기관의 책무라 생각합니다.”(김진욱 공수처장, 6월 17일 기자 간담회)
공수처가 새로운 수사 관행을 선보이려 하는 건 긍정적으로 지켜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선 개입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점이 걸림돌이다. 김 처장은 “대선 후보 등록 기간(2022년 2월 13~14일) 전에 윤 전 총장 수사를 끝내면 개입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선 레이스가 사실상 시작된 상황이라 논란은 이미 불거져 있다. 수사 필요성의 배경으로 든 국민적 의혹과 관련해선 “국민 전체가 아닌 여권만의 의혹이 아니냐”는 반박도 공수처는 불식시켜야 한다.
“윤석열 수사, 정치적 논란 불 보듯…역풍 가능성”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