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미술시장, 그 뒤엔 부동산보다 유리한 세금

중앙일보

입력 2021.06.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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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365억원 규모의 미술품 경매가 열린다. 두 경매사의 치열한 1위 경쟁이 예상된다. 모처럼 뜨거워진 미술 시장에 나온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들이 어떤 가격에 새주인을 만날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중섭의 ‘가족’. [사진 서울옥션]

올해 들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매달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의 상반기 마무리 경매가 22~23일 열린다. 22일 서울옥션엔 총 204점, 230억 원어치의 미술품이 출품됐고 23일 케이옥션엔 총 154점, 135억원 규모 미술품이 출품됐다. 두 경매 규모만 365억원이다.
 
이번 경매에 서울옥션은 이중섭(1916~1956)의 1954년작 ‘가족’(41.2×28.8㎝)을 비롯해 샤갈, 독일 추상화 대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 등을 내세웠고, 케이옥션도 이에 질세라 김환기(1913~1974)의 뉴욕시대 점화 작품 ‘4-XI-69 #132’과 한국 1세대 여성화가 백남순의 작품 등 희귀 작품 등을 내놨다.

취득·보유세 없어 새 투자처로 각광
코로나발 집 꾸미기 열풍도 한몫
국내 경매시장 매달 200억대 매출
김환기·이중섭 등 작품 낙찰가 주목

이중섭의 ‘가족’은 화면의 리듬, 선묘와 색채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추정가는 약 15억원이다.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의 작품 ‘27-XI-71 #211’(1971) 등은 경매 추정가 30억~45억원에 나왔다. 또 다른 추상화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영혼’(1965)은 추정가 8억~12억원에, 백남준(1932~2006)의 ‘Tower’(2001)는 추정가 14억~18억원에 나왔다.
 

22~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365억원 규모의 미술품 경매가 열린다. 두 경매사의 치열한 1위 경쟁이 예상된다. 모처럼 뜨거워진 미술 시장에 나온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들이 어떤 가격에 새주인을 만날지 주목된다. 사진은 김환기의 ‘27-XI-71 #211’. [사진 서울옥션]

해외 걸작으론, 추정가 23~35억원에 나온 샤갈 작품이 눈에 띈다. 샤갈의 하늘을 나는 연인을 그린 ‘파리 위의 연인’(Le couple au-dessus de Paris)이다. 지난 5월 케이옥션엔 샤갈의 ‘생 폴 드 방스의 정원’(1973)이 42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고미술품으론 겸재 정선(1676~1759)의 무르익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동작진(銅雀津)이 추정가 1억 5000만~3억원, 일제강점기 서예가이자 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의 세로 1m, 가로 3m가 넘는 대작 ‘해금강총석도(海金剛叢石圖)’(1920)는 3억 2000만~5억원에 나왔다.  


22~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365억원 규모의 미술품 경매가 열린다. 두 경매사의 치열한 1위 경쟁이 예상된다. 모처럼 뜨거워진 미술 시장에 나온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들이 어떤 가격에 새주인을 만날지 주목된다. 사진은 마르크 샤갈의 ‘파리 위의 연인’. [사진 서울옥션]

케이옥션에도 김환기의 뉴욕시대 점화 작품 ‘4-XI-69 #132’이 추정가 15~18억원, 뉴욕시대 십자구도 작품 ‘무제’가 7~9억 원에 경매에 나왔다. 이중섭의 스승으로 알려진 백남순(1904~1994)이 1983년에 그린 ‘한알의 밀알’도 경매에 나왔다. 백남순은 나혜석과 함께 한국 1세대 여성화가. 한국 여성 최초로 파리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미술가전람회에 입선한 인물이다.
 

22~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365억원 규모의 미술품 경매가 열린다. 두 경매사의 치열한 1위 경쟁이 예상된다. 모처럼 뜨거워진 미술 시장에 나온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들이 어떤 가격에 새주인을 만날지 주목된다. 사진은 백남순의 ‘한알의 밀알’. [사진 케이옥션]

미술시장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두 달에 한 번꼴로 열려왔던 경매가 거의 매달 열리고 있는 것. 지난달 아트부산 등 아트페어에 불어든 바람도 뜨거웠다. 그만큼 시장에서 ‘그림’이 팔리고, 또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술시장이 이토록 달아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계 관계자들은 제일 먼저 ‘부동산보다 유리한 세금’을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각종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부담스러워진 데 반해 미술시장이 상대적으로 세금이 유리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 미술품은 부동산처럼 취득세와 보유세 부담도 없고 양도세 부담이 매우 적다. 게다가 새로 개정된 소득세법이 올해부터 적용되는 것도 한몫한다. 미술품을 반복적으로 거래해 소득을 올렸더라도 이전 세율(최고 49.5%)의 절반도 안 되는 세율(22%)을 적용받게 된 것. 갤러리 관계자들은 “부동산보다 세금 리스크가 크게 줄면서 그림 거래가 더욱 활발해진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집이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 것. 미술품은 이제 일상 공간을 장식하는 것을 넘어서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요소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미술시장에 새로 진입한 2030 MZ세대의 역할도 크다. 한 경매사 관계자는 “지난 경매에서 젊은 부부가 와서 20억원이 넘는 작품을 낙찰받았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거래 이력이 없는 분들이라서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면서 “시장에 새 세대 컬렉터들이 진입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온라인 경매 확대로 경매 문턱이 더욱 낮아졌고 아트페어가 대중화하면서 젊은 세대가 미술시장에 한 걸음 더 들어왔다”며 “경매 현장에선 컬렉터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더욱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