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인사철인데 회식 폭발할 듯" 방역 완화가 두려운 그들

중앙일보

입력 2021.06.21 16:22

수정 2021.06.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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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사적 모임이 8명까지 가능해진 18일 오후 광주 북구청 인근 식당에서 북구청 공무원들이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8명이 모여 식사를 하며 음료수로 건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는 ‘새 거리두기’ 개편안을 두고, 자영업자와 시민의 반응이 엇갈린다. 그동안 집합금지ㆍ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소상공인은 “숨통이 트인다”는 분위기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단체 회식 재개에 따른 감염 확산에 우려를 표한다.
 

백신 미 접종자 많은데…회식 정상화?

정부의 새 거리두기 방침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2단계가 적용되는 수도권은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이 현재 4명에서 6명으로, 15일부터는 8명으로 늘어난다. 식당ㆍ카페ㆍ노래방ㆍ헬스장 등의 영업시간도 현행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 확대된다. 아울러 1단계가 시행되는 비수도권에서는 인원ㆍ시간제한 없는 모임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선 방역 조치 완화로 모임ㆍ회식 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층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 완화는 이른 감이 있다는 것이다. 7월 중순 이후부터 8명 이상 모임이 가능한 데다, 백신 접종자까지 더하면 ‘단체 회식’이 가능해진다. 직장인 한모(32)씨는 “안 그래도 이제 곧 인사철인데 코로나 이전처럼 회식의 강도와 횟수가 회복될까 두렵다”며 “우리 팀의 경우 민방위 2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백신을 안 맞은 상태라 감염 확산에 대한 걱정이 높다”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도발 델타 변이가 국내에서 우세종이 되면 현재 접종률로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국민 스스로가 방역 완화는 누리되, 모임은 최대한 자제하고 실내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 숨통 트인 자영업자들

21일 서울 명동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7월 1일 부터 6인 인하 모임 가능'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자영업자들은 매출 증가를 기대하며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이번 개편을 통해 최소한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게 대다수 자영업자의 의견”이라며 “술집같이 심야 영업을 하는 곳은 아쉬움이 남지만, 긍정적인 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익환 코인노래연습장협회 사무총장도 “그동안 임대료도 못 내는데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견뎌왔다"면서 "자정까지 영업시간이 연장되면 그래도 임대료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새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세부 지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밤 10시 제한보다는 자정이 낫다”면서 “다만 국내에는 매장 면적이 40㎡ 정도인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면적당으로 인원을 제한하면 개편 이전보다 더 열악해진다. 테이블 간 거리두기, 칸막이 설치에 따른 인원 제한이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여행 ‘풍선효과’ 날까

한편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성급한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전국 각지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로 인해 감염 확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도권에 거주하더라도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면 단체 여행도 가능해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천은미 교수는 “시민들이 노쇼 백신을 접종한 이유도 여름 휴가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백신 수급은 일부만 돼 있고, 젊은 층은 감염이 되더라도 가볍게 앓거나 모르는 경우가 상당해 전파 매개가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미 2~3차 유행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성급하게 내리면 다음 유행이 빠르게 닥치는 걸 경험하지 않았나”라며 “백신 접종을 해도 바로 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을 몇 주 정도만 늦췄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혜림ㆍ정진호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