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일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자 관리자가 오작동이라며 계속 꺼 사고를 키웠다고 한다. 좀 더 수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안전 불감증을 넘어 인명 경시적 태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쿠팡은 물류센터뿐 아니라 배달을 둘러싼 작업환경 등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의 비인간적인 기업문화가 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쿠팡은 화재의 피해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가해자’라며 경영진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이유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곳곳서 안전 불감증
글로벌 혁신기업 걸맞은 시스템 갖춰야
지난해 코로나19 집단 발병 당시 방역수칙 위반으로 우리 사회에 큰 피해를 주고도 경영진은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강제 폐쇄조치 사흘 만에 홈페이지에 고객과 회사 간 문답 형식으로 사과 시늉을 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김범석 창업자는 사고를 수습하는 대신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사측은 사고 발생 전 이미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설명했지만, 큰 사고가 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는다 해도 소비자 마음을 잃으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쿠팡은 이제라도 글로벌 혁신 기업에 걸맞은 인간 존중 기업문화를 정착해 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