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73) 대통령과 달리 강경 노선을 걸어온 인물이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들어 재개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과 견원지간인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강경 보수파 성직자 출신 라이시
반정부 인사 수천명 숙청한 경력
극우 이스라엘 총리와 충돌 불가피
투표율 49%, 이란혁명 이후 최저
투표율이 48.8%에 그쳐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치러진 대선 중 가장 낮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수년간 정치적 혼란과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국민이 지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무관심이 커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이란핵합의 파기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등을 겪으면서 서방에 대한 반감과 보수 세력 지지가 함께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파로 꼽히는 라이시의 당선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국부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2)의 측근인 동시에 유력한 후계자 후보이기도 하다. 하메네이는 “어제 대선의 위대한 승리자는 이란 국민”이라고 평가했다.
반미를 고수해온 그가 당선되면서 미국과의 마찰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인들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거부당했다”며 이란 정부가 개혁파 인사들의 정치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사실상 라이시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관건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시작된 이란핵합의 협상이다. 외신은 라이시가 오는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될 핵 합의 협상 자체엔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는 열쇠이자 이란 경제의 회복으로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이란은 현재 60%인 우라늄 농축 비율 상한선을 더 올리는 등 강경책을 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역시 최근 강경파 총리가 선출된 이스라엘과는 ‘강 대 강’ 대치가 예상된다. 최장수 총리였던 베냐민 네타냐후를 몰아내고 새 총리가 된 나프탈리 베네트는 극우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첫 연설에서 “중요 시점에 도달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