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윤덕상 경위는 지난 15일 경찰서 앞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중년 여성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지켜보던 윤 경위는 여성에게 다가갔고, 여성은 통화를 이어가며 입 모양으로 ‘납치’ 상황임을 알렸다.
입 모양을 읽고 납치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시도인 것을 직감한 윤 경위는 수첩으로 필담을 이어갔다. 여성은 “제 아들을 데리고 있어요”라고 적었고, 윤 경위는 아들이 몇 살인지, 학생인지 등을 확인한 후 수첩에 아들의 연락처를 적어 달라고 했다. 여성은 윤 경위가 건네준 전화기에서 무사한 아들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전화를 끊었고, 이내 다리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보이스피싱범은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안 보내면 해치겠다”며 아들의 울부짖는 소리까지 들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윤 경위는 2년 전에도 길거리에서 돈 봉투를 버리는 남성의 모습을 보고 수상하다고 여겨 따라가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