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누구나집 프로젝트’ 또 다른 희망고문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2021.06.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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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동산특위는 분양가의 6~16%만 내면 입주할 수 있는 '누구나집' 주택 1만785가구의 시범사업지로 인천 등 6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대책에 할애했다. 그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세금을 때려도 집값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서 “공급 폭탄에 가까운 과감한 공급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집값 폭등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 노력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정·서울시의회 태스크포스를 주도하면서 3기 신도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서울시 등 도심 내 복합개발부지 발굴 및 주택공급 방안의 실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년간 일방적으로 추진된 수요 억제 정책의 부작용을 인식한 탓인지 그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읽힌다.

보편화 어려운 분양가 6% 주택 공급
반시장 규제 푸는 게 집값 근본 대책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안 보인다. 무엇보다 송 대표가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으로 제시한 ‘누구나집 프로젝트’는 보편적인 공급 대책이 되기 어렵다. 누구나집은 분양가의 6%(최대 16%)만 부담하면 10년간 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애초 분양가로 집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시도다. 미리 확정된 분양가로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임대로 거주하는 동안에 형성된 시세차익을 세입자가 취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세상에 없던 획기적인 주택 마련 방식이라서 송 대표의 말처럼 “거짓말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천시 영종도 미단시티에서는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통해 1096세대가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갔다.
 
더 나아가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수도권 6개 도시에 1만785세대의 누구나집 공급을 추진한다. 인천·안산·화성·의왕·파주·시흥 등 인천·경기 지역 6곳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집값 불안의 본질인 서울의 부동산 문제 해결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기 어렵다. 서울 아파트는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 누구나집은 분양대금의 90%를 주택도시기금 대출과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인데 수십만~수백만 채의 공급이 필요한 서울에서 이런 방식으로 재원을 뒷받침할 수 없다. 즉각적 수익 실현이 필요한 시행사로서도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
 
결국 누구나집은 보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 ‘또 하나의 희망고문’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부동산특위까지 만든 민주당의 대책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가리려는 쇼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비판을 걱정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민주당 의원 징계조차 제스처만 있을 뿐 누구도 당에서 나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진정으로 정상화하고 싶다면 그동안의 실패부터 인정하고 수요 억제와 세금폭탄이라는 반(反)시장 규제를 풀어야 한다. 주택 문제에는 결코 도깨비 방망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런 게 있으면 왜 벌써 꺼내지 않았겠나.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누구나집 프로젝트의 개요. 주택 수요가 넘치는 서울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