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KBO리그에는 시속 150㎞ 넘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드물다. 지난해 KBO리그 투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2.4㎞(스포츠투아이 기준)였다. MLB에서 추신수는 빠른 볼(포심, 투심, 컷패스트볼, 싱커 등) 타율이 0.316으로 유독 높았고, KBO리그에서도 빠른 볼에는 강하다. 홈런 10개 중 7개가 직구였는데, 평균 구속이 시속 145.7㎞였다. 7호 홈런은 앤더슨 프랑코(롯데 자이언츠)의 시속 157㎞ 직구를 잡아당긴 거였다.
빠른 공을 잘 치면 느린 공도 잘 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타격 타이밍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김원형 SSG 감독은 "미국은 투수 공이 빠르고 직구 위주 승부가 많아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지만, 한국은 다르다. 이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 말처럼 추신수는 점점 KBO리그에 스며들고 있다. 이번 달 타율이 0.419다. 두 달 동안 KBO리그 투수에 맞춰 20년간 몸에 굳었던 타격 타이밍을 바꾸는 추신수. 톱클래스 선수가 뭔지 보여주고 있다.
KBO리그 스타일 적응에 애를 먹은 빅리거는 추신수만이 아니다. 2012년 KBO리그에 온 투수 박찬호(당시 한화 이글스)와 김병현(당시 넥센 히어로즈)도 마찬가지였다. 공격적으로 던지는 MLB에서는 결정구로 몸쪽 승부를 즐긴다. 그래서 미국에서 온 외국인 투수의 경우 몸에 맞는 공이 많다. 두 투수도 KBO리그에서는 몸에 맞는 공이 많았다. 2012시즌에 김병현은 몸에 맞는 공이 14개로 리그 1위였고, 박찬호는 11개로 3위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