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에는 인권, 민주주의, 법치, 다자주의 등을 지키기 위한 각국의 약속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집회ㆍ결사 권리 보호 등 민주주의 ▶집회ㆍ결사ㆍ종교의 자유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 등의 가치를 강조했다. 원칙적인 이야기지만, 미국은 그간 이를 중국을 겨냥하는 기준으로 활용해 왔다. 전체주의 체제가 인권 등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민주주의 국가들이 힘을 합치자는 게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치 외교'다.
G7 정상회의 '열린 사회 성명' 최초 채택
회원국+한국 등 초청국 4개국도 참여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대원칙 강조
미국의 대중 견제 동참 요구 근거 될 듯
다만 열린 사회 성명은 코뮤니케와 달리 '중국'이라는 국명을 거론하거나 신장ㆍ홍콩ㆍ대만해협 등 구체적 현안을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코뮤니케보다 더 근본적인 원칙을 담았다. 코뮤니케의 취지를 강화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열린 사회 성명을 도출한 목표인 셈이다.
코뮤니케 서문 5항도 "G7에는 호주, 인도, 한국, 남아공의 지도자들이 함께 했으며 우리는 열린 사회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공동성명에 합의했다"고 명시했다. 열린 사회 성명이 코뮤니케와 구분되는 별도의 메시지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성격임을 강조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G7의 '열린 사회 성명'이 코뮤니케와 더불어 향후 대중 견제 정책의 주요 지침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G7 참여국들은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는 정치적 선언에만 그치진 않을 거란 해석이다.
실제 열린 사회 성명은 인권과 민주주의 등에 대한 각국의 약속을 나열한 뒤 "우리는 상기 약속들을 G20 정상회의, 유엔 및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등 다자 포럼에서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명시했다. 성명에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을 포함해 열린 사회 성명에 참여한 국가들이 향후 중국도 참여하는 주요 20개국(G20)과 유엔 회의 등 계기에 대중국 공조에 나설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G7과 한국, 호주, 인도, 남아공 등 초청국과의 세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는 (중국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G7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한국은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거리를 두는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약속의 진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의식해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에 고마워하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한ㆍ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직접 중국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가 포함된 것만으로도 중국은 "중국을 겨냥하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또 '열린 사회 성명'이 향후 바이든 정부가 G7의 확장된 형태로 구상하는 D10(민주주의 10개국) 내지는 D11 협의체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한국이 무게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일방적인 강요에 의한 외교와 달리 다자주의에 기반한 제도화된 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기에 한국이 어떻게 호응하느냐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