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올린 ‘콘월, G7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글에서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ㆍ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와 처음으로 대면했다. 그러나 두차례에 걸쳐 각각 1분 내외의 짧은 대화만 있었을 뿐 공식 또는 약식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ㆍ일 회담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한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두가지 역사적 사건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며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와 포츠담 회의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와 관련해선 “일본의 외교 침탈을 알리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헤이그에 도착한 이준 열사는 회의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고, 1945년 남북 분단이 결정된 포츠담 회의에 대해선 “우리는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강대국들간의 결정으로 우리 운명이 좌우됐다”고 했다.
이중 헤이그 특사 파견은 고종이 1905년 맺어진 을사조약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했다가 실패한 일을 지칭한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선 “한ㆍ일 관계 경색의 책임이 과거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 정부에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반면 스가 일본 총리는 회담 불발의 책임을 한국측에 넘겼다.
그는 G7 정상회의 직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ㆍ일 회담 불발의 원인과 관련 “나라와 나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럴 환경은 아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이어 “한국 측의 움직임 때문에 한ㆍ일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징용 및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스가 총리도 “(문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인사하러 와서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했다. 바비큐(만찬) 때도 인사하러왔다”며 한ㆍ일 정상간 두차례 짧은 조우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G7을 확대 개편하는 데 일본이 반대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 관계자는 “G7을 G10 또는 G11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논의나 제안이 없었다”며 이러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오스트리아=공동취재단, 서울=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