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0일 국회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한은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03.8%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 국회에 통화신용보고서 제출
가계부채율 103.8%, OECD 6위
집값 뛰며 빚 증가율도 점점 가속
회복세 경제에 시한폭탄 될 수도
4월 공모주 열풍에 5월 대출 줄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0.4배였다.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모았다고 가정할 때 10.4년이 돼야 수도권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2007년 1분기, 8.6배)를 웃돈다.
일반적으로 적정 수준의 부채는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고 빚의 규모가 과도하면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이 이자와 원금을 갚는 부담이 커지면 씀씀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소비에 도움이 될 정도의 가계부채 비율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급증한 빚이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오며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상형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과거 국내외 사례 등으로 비춰볼 때 내부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기와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끌어다 쓴 돈은 한 달 전보다 1조6000억원 줄었다. 월간 기준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2014년 1월 이후 7년 4개월 만이다. 증시 상장을 앞두고 지난 4월 말 공모주 청약을 받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지난달 초 청약 증거금을 반환하면서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2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달 5조5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청약 증거금용으로 실행한 뒤 반환한 대출은 8조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47조2000억원이었다. 전달보다 4조원 늘었다. 월간 증가 폭은 지난 4월(4조2000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